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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아내가 잠자던 우승 본능 깨웠다”

제67회 KPGA선수권 우승 전가람 선수

전가람이 지난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열린 제67회 KPGA 챔피언십 with 에이원CC 2라운드 14번 홀에서 세컨 아이언샷 하고 있다. KPGA 선수 중 아이언샷을 잘 치기로 정평이 난 전가람은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PGA 제공

스물여덟 살 청년 전가람의 직업은 프로 골퍼다. 하지만 요즘은 그가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전기(傳記)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2013년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정회원이 됐고 2016년에 KPGA투어에 데뷔했다. 투어 데뷔 후 2년여 만에 첫 우승을 거두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에서 막을 내린 제67회 KPGA선수권 with A-ONE CC(파71)에서 우승하면서 투어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골프를 그만둬야 할 위기의 순간을 겪어야 했다. 전가람은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그 위기를 헤쳐 나갔다. 연습 시간 외에는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치킨 배달에서 골프장 캐디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마침내 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당시 그의 우승은 알바로 캐디를 했던 골프장에서 이룬 성과라는 서사까지 더해져 더욱 화제가 됐다.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은 전가람의 의연함과 담대함에 아낌없는 박수갈채와 응원을 보냈다. 성원을 자양분 삼아 그는 2019년에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2승째를 거뒀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가람은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그래서 2020년에 군복무를 선택했다. 지난해 투어에 돌아온 전가람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도 샷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플레이가 견고해졌다. 작년 군산CC오픈에서는 우승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여 만에 전가람은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최고 정점을 찍는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 KPGA 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한 것이다.


전가람은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며 “솔직히 우승 상금보다 5년 시드가 더 크고 기쁘다. 이제 당분간은 시드 걱정으로 가슴 졸이지 않아도 된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나 자신에게 주는 보상으로 생각하고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이번 우승은 철저히 준비된 결과였다. 먼저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의 마음가짐이었다. 전가람은 “작년 군산CC 오픈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치고 난 뒤 실력이 출중한 후배들이 워낙 많아 판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를 출발할 때부터 그 생각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윙에 대한 오만과 독선을 과감히 벗어 던진 것이다. 그는 주니어 시절 이후 레슨을 전혀 받지 않았다. 자신만의 감각적 플레이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작년 군산CC 오픈 개막을 2주 앞두고 제 발로 염동훈 프로를 찾아가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전가람은 “당시 공이 정말 안 맞았다. 염 프로에게 찾아가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상담을 했고, 그로부터 2주 후에 준우승을 했다”면서 “그 이후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염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고 웃어 보였다.

12월에 예정된 결혼도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전가람은 “아마 결혼할 여자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오래전에 무너졌을지도 모른다”면서 “결혼을 앞두고 온전한 가족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고 연습도 더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번 우승 현장에는 전가람의 예비 아내가 함께하지 못했다. 전가람은 “아내가 골프를 모른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도 동행하지 않았다”며 “골프 때문에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많이 이해해 주려고 노력한다. 많은 위로와 힘을 받고 있다”고 애정을 과시했다.

전가람의 올 시즌 목표는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KPGA선수권대회 우승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가 대폭 상향 수정됐다. 그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포인트 랭킹 상위 30위까지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제는 출전 확률이 높아진 만큼 더 분발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가람의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은 6위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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