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면적 줄이고, 창고 지급 안하고… ‘임대동 차별’ 여전

‘소셜믹스’ 아파트 단지 갈등 여전
시설 이용권 박탈·결정권 배제 등
지자체 “위법 아니면 제재 어려워”

입력 : 2024-06-12 00:02/수정 : 2024-06-12 00:02
연합뉴스

경기도 구리의 A아파트는 분양·임대 가구가 섞여 있는 이른바 ‘소셜믹스’ 단지다. 이 아파트에는 1083개의 주차공간이 있다. 기존에는 가구 구분 없이 자유롭게 이 공간에 주차했다.

지난 5월 분양가구가 주축이 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갑자기 주차장 관리규정 개정에 나섰다. 총 481가구에 달하는 임대가구에 배정되는 주차구역을 442개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는 곧 552가구로 구성된 분양가구가 장애인·전기자 주차면을 제외한 661개의 주차구역을 쓰겠다는 뜻이었다.

이 규정이 확정되면 임대가구의 경우 가구당 차량 1대를 세워두는 것도 어려워진다.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임대가구는 곧바로 구리시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분양·임대 가구가 공존하는 소셜믹스 단지 내 분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가구가 임대가구를 차별하고, 임대가구가 이에 반발하는 식으로 갈등이 빚어진다. 최근에는 임대가구 주민의 단지 내 시설이용권을 박탈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소셜믹스 정책은 계층 간 격차를 줄이고 사회통합을 이루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시는 2003년 소셜믹스 정책을 도입해 공공 사업지에 한해 반영했다. 2010년부터 민간 재건축·재개발 등 모든 정비사업지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서울 내 소셜믹스 단지는 436개다. 8만1037가구가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구와 임대가구 간 갈등으로 소셜믹스 본연의 목적은 퇴색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임대가구는 주민으로서 분양가구와 동등한 법적 자격을 갖는다. 그러나 단지 내 결정권을 분양가구가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B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다. 이 아파트는 최근 부실 설계가 확인돼 ‘세대창고’ 숫자를 줄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세대창고란 아파트 지하에 마련된 별도의 창고로 캠핑용품이나 자전거 등을 보관할 수 있다. B아파트 분양가구가 임대가구를 제외하고 창고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재건축 계획안에 임대주택을 한 층에 몰아넣거나 일부 동에만 배정하는 아파트조합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리고 있다. 다만 재건축 이후 벌어지는 단지 내 차별 행위에 대해선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법을 넘어서는 게 아니라면 별도의 제재 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혼합단지의 경우 분양과 임대 가구가 함께 공동대표회의를 구성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분양과 임대 가구가 무조건 함께 어울리라는 권고는 실효성이 없다”며 “서울시가 나서서 부족한 시설물을 추가 제공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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