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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재명의 길’ 열렸다… 민주,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대선 1년 전 당직 사퇴에 예외 조항
의장 선출 때 권리당원 20% 반영

입력 : 2024-06-11 00:02/수정 : 2024-06-11 00: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당대표가 선거 1년 전까지 대표직을 사퇴하지 않아도 되도록 당헌·당규를 바꾸기로 의결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2026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2027년 대선까지 직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권 맞춤형 개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당직 사퇴 시한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당헌에 따르면 당권·대권 분리 차원에서 대선 1년 전까지는 당직을 사퇴해야 했는데 예외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원회 의견을 거쳐야 하지만 사실상 개정이 확정됐다는 관측이 많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현재 당헌·당규 조항은 (특수 상황을 대비하는) 예외 조항이 없기 때문에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조항에 흠결이 많아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지금 안 바꿔놓으면 정국이 격변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해 ‘후보 자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를 판단하는 당무위 의장은 당대표라는 점에서 결국 이 대표 의중에 따라 당대표 사퇴 시한이 정해질 수 있게 됐다.

기존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2027년 3월 대선으로부터 1년 전인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 조항 적용을 받으면 2026년 6월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를 이끌 수 있고, 이후 대선까지 나설 수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조항 자체를 삭제하면서 ‘사법리스크 방탄’이라는 지적도 받게 됐다.

민주당은 국회의장단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투표하도록 돼 있는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에 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방안을 두고 당내 중진 의원들도 ‘대의민주주의 훼손’ 우려를 표했지만 ‘당원민주주의 강화’ 명분 아래 결국 최고위를 통과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이번과 같은 ‘위인설관’ 방식의 무리한 당헌·당규 개정은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재명 유신독재’로 타락하고 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러지는 않았다. 권력의 오만은 반드시 민심의 심판을 받는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동환 송경모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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