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극우 돌풍에 프랑스·독일서 ‘정치적 지진’

중도우파 유럽국민당 제1당 유지
佛서 극우정당 1위, 獨 2위 ‘충격’
마크롱, 의회 해산 조기총선 결정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도부가 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6~9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예상대로 극우 돌풍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유럽 양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각각 득표율 1위, 2위를 차지하는 ‘정치적 지진’이 일어났다.

유럽의회가 10일 각국 출구조사 등으로 집계한 잠정 예측에 따르면 현재 제1당인 중도우파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5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정을 구성해온 다른 중도 정당들은 주춤했다. 전체 의석수 증가(705석→720석)에도 제2당인 사회당(S&D)은 현재 139석에서 137석으로 2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당인 리뉴유럽은 102석에서 79석으로 크게 쪼그라들 전망이다.


반면 극우 정치그룹은 약진했다. ‘유럽 보수와 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4석이 늘고, ‘정체성과 민주주의’(ID)도 49석에서 58석으로 9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무소속 극우 정당도 세를 크게 불렸다. 독일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5.9%를 득표하며 2위를 차지, 유럽의회에서 1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13.9% 득표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전역, 특히 주요국에서 극우 정당이 강세를 보이거나 기록적인 결과를 얻었다”며 “우파 유럽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EPP 소속으로 연임에 도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좌우 극단이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선거 결과는) 중도 정당에 큰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유럽 각국의 국내 정치도 크게 흔들었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31.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간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굴욕적인 패배에 맞서 모든 것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당의 득표율은 14.6%로 RN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RN은 극우 정치그룹 ID에 속해 있고, 르네상스당은 중도 리뉴유럽 소속이다.

TV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선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최다 득표(28.8%)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경우파 그룹인 ECR에 소속돼 있는 Fdl은 중도파의 러브콜도 받고 있어 멜로니 총리의 몸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선거는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지만, 각국의 국내 정치와 지도자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 성격도 강하다. 뉴욕타임스는 “EU 유권자들이 반이민, 민족주의 정당에 많은 표를 몰아주며 독일과 프랑스의 지도자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정치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프랑스에선 이번 투표로 정치적 지진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투표는 (앞으로 프랑스와 독일이) EU의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며 “유럽의회의 우경화로 안보 문제와 기후변화, 미·중과의 산업 경쟁 등에 필요한 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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