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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오면 3만원 드려요… ‘배당금 교회’ 파격 실험 시즌2

[생각해봅시다] 민병소 목사의 도전

경기도 안양 제일교회가 지난달 30일 안양 동안구 일대에 배포한 유인물. 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3만원을 지급한다는 문구와 교회가 부흥하면 향후 100만원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양 동안구 일대 아파트 단지엔 조간신문과 함께 희한한 메시지가 담긴 유인물 2000장이 배달됐다. ‘제일교회 루틴보험 수령자 모집 안내’라는 제목이 붙은 전단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였다. 첫째 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3만원을 준다. 둘째 교회가 부흥하면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유인물을 배포한 곳은 제일교회(민병소 목사)로 전단이 뿌려지자 교회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교회만 오면 돈을 주겠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넘겨짚을 수밖에. 한데 이 교회는 왜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일까.

다시 시작된 실험 ‘배당금 교회’

제일교회가 벌이는 이 프로젝트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수원남부교회 담임목사이던 민병소(76·사진) 목사는 ‘배당금 교회’라는 프로젝트를 벌였다. 매달 쌓이는 십일조 일부를 헐어 쓰는 방식으로 ‘배당금 기금’을 운용하면서 매주 예배 참석자에게 1만원씩을 줬다. 돈을 앞세운 엉터리 전도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받고 이단 아니냐는 의심을 샀지만 민 목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십일조 일부를 배당금으로 재분배하는 일이 ‘보편적 복지’의 시작이라고 여겼고 성도끼리 물질을 공유한 초대교회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30명 수준이던 수원남부교회 성도는 약 1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감리교회 목회자였던 민 목사는 2018년 교단에서 정한 은퇴 연령(70세)이 되면서 강단에서 내려와야 했다. 은퇴 직후 회중주의(교회의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회중’이 갖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에 기반을 둔 교단을 만들고 교회를 세워 배당금 실험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탓에 미뤄야 했다.

하지만 팬데믹도 그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민 목사는 2021년 9월 제일교회를 개척했고 최근 ‘루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배당금 교회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루틴’처럼 돌아오는 공과금을 교회가 책임지겠다는 의미다. 필요한 재정은 헌금의 34%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비중은 더 늘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제일교회에서 만난 민 목사는 “루틴보험이라고 이름을 지었지만 사실상 배당금과 같은 의미”라며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게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배당금 교회는 시혜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는 방안이에요. 지금 한국교회는 ‘숫자의 우상’에 홀려서 통장에 돈 넣어두는 재미에만 빠져 있어요. 사도행전에 나오는 교회들을 생각해보세요. 교회는 우선 성도들과 물질부터 나눠야 해요. 교회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해요.”

민 목사는 인터뷰 내내 초대교회의 정신을 언급했고 교회 울타리 안에서 우선 나눔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갈라디아서 6장 10절 말씀을 언급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

“배당금 교회가 엉터리? 누구와도 논쟁할 것”

민 목사의 프로젝트는 9년 전 벌인 배당금 교회와는 얼마쯤 다른 지점이 있다. 우선 70세 이상은 배당금을 받을 수 없다. 민 목사는 “돈을 받으러 왔다가 강도 높은 신앙 교육을 받게끔 할 계획인데, 그러기 위해선 나이가 너무 많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급액을 1만원에서 3만원으로 올린 이유를 묻자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감리교신학대(67학번)를 나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민 목사는 학구파 목회자라고 할 수 있다. 이단 종파를 연구한 ‘기독교종파운동사’, 한국 종교 역사를 일별한 ‘한국종교사’ 등 그간 펴낸 책만 약 40권에 달한다. 배당금 교회를 한국교회의 온갖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 같은 공부의 결과라는 것이 민 목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배당금 교회는 아슬아슬한 실험일 수밖에 없다. 돈으로 예배 참석을 유도하는 일이 옳은 전도법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누군가의 영혼을 구원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단·사이비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 배당금 교회를 시작할 땐 이상한 교회가 있다는 주민 신고로 교회에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민 목사는 “누구와도 논쟁을 벌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紙上) 논쟁이든 방송 토론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 목사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글·사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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