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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어두운 마음


모르는 어떤 이들에게 끔찍한 일 생겼다는 말 들려올 때
아는 누가 큰 병 들었다는 연락 받았을 때
뭐 이런 날벼락이 다 있나, 무너지는 마음 밑에
희미하게 피어나던
어두운 마음
다 무너지지는
않던 마음
내 부모 세상 뜰 때 슬픈 중에도
내 여자 사라져 죽을 것 같던 때도
먼바다 불빛처럼 심해어처럼 깜빡이던 것,
지워지지 않던 마음
지울 수 없던 마음
더는 슬퍼지지 않고
더는 죽을 것 같지 않아지던
마음 밑에 어른거리던
어두운 마음
어둡고 기쁜 마음
꽃밭에 떨어진 낙엽처럼,
낙엽 위로 악착같이 기어나오던 풀꽃처럼
젖어오던 마음
살 것 같던 마음
반짝이며 반짝이며 헤엄쳐 오던,
살 것만 같던 마음
같이 살기 싫던 마음
같이 살게 되던 마음
암 같은 마음
항암 같은 마음

-이영광 시집 '살 것만 같던 마음' 중

살다 보면 날벼락이 떨어지기도 한다. 마음은 와르르 무너지고 더는 살아갈 자신도 없는 데, 그 밑에 다 무너지지 않은 채 버티는 마음, 슬픔과 절망의 압도적 하중 밑에서 희미하게 피어나는 다른 마음이 있다. 시인은 그 마음에 “살 것만 같은 마음”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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