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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분 파나… 경영권 불확실성 고조

“어떤 선택 하든 그룹 지배력 약화”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빌딩 모습.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노 관장 손을 들어주면서 SK그룹 앞날에 안개가 자욱이 꼈다. 최 회장이 1조원 넘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본인 소유 주식에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취약하다고 지목받는 최 회장을 정점으로 한 SK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수의 ‘사적 분쟁’이 SK그룹의 ‘공적 분쟁’으로 비화하면서 SK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30일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며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심 판결 내용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SK그룹 관련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SK㈜ 지분 17.73%(1297만5472주)를 가진 최대주주다. 이날 종가(15만8100원) 기준 가치는 2조514억원 상당이다. SK㈜는 SK텔레콤(30.57%)과 SK이노베이션(36.22%) SK스퀘어(30.55%) SKC(40.6%) 등 지분을 가진 그룹 지주회사다. ‘최 회장→SK㈜→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은 25.57%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2003년 SK는 ‘소버린 사태’를 겪은 경험이 있다. 외국계 운용사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떠올랐고,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이 표 대결에서 겨우 승리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소버린은 2005년 7월 SK㈜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만약 현금 마련을 위해 최 회장이 SK㈜ 지분 일부라도 매각할 경우 제2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SK㈜ 지분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금을 대량으로 받기도 녹록지 않다. 최 회장은 이미 SK㈜ 주식을 담보로 약 4500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결국 최 회장이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지분 29.4%) 가치는 인수 당시 2600억원 정도인데 현재는 2~3배 뛰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SK그룹이 장기간의 경영 불확실성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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