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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명 ‘초순수’ 국산화… 韓 성장에 日도 경계

3년 만에 설계·시공·장비 국산화
양산용 웨이퍼 생산에 공급 추진
세계 시장 日 독점… “성능 검증 지속”

국내 설계 기술이 반영된 초순수 플랜트. 환경부 제공

“초순수 기술을 주도하는 일본 기업도 한국이 머지않아 동등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본다. 그만큼 현지 기업의 경계심도 커졌다.”

환경부와 함께 ‘초순수’ 국산화를 추진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 29일 한국의 기술 성장을 바라보는 일본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초순수는 수소·산소만 남기고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한 고순도의 물(H2O)을 말한다. 반도체 웨이퍼(전자회로를 새기는 원판)를 세정하는 데 쓰여 ‘반도체 생명수’라고 불린다.

현재 세계 초순수 시장은 구리타, 노무라 등 일본 기업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초순수 수질을 ‘도쿄돔에 물을 가득 채우고 각설탕(불순물) 하나를 떨어뜨린 수준’에 빗댄다.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2021년 뒤늦게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뛰어들었다. 연구 기간은 2025년까지 5년으로 계획했고, 이르면 올 하반기 제품 양산용 웨이퍼에 국산 장비로 만든 초순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 내부에 준공된 초순수 국산화 실증플랜트는 국산 기술로 설계·시공하고 외산 장비를 이용한 1단계 시설, 설계·시설·핵심장비까지 모두 국산화한 2단계 시설로 나뉜다. 각각 하루 1200t의 초순수를 생산한다. 2022년 준공된 1단계 시설은 수질 검증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SK실트론에 초순수를 공급한다. 지난해 12월 마련된 2단계 시설은 최근 시운전을 마쳤다.

29일 찾은 실증플랜트는 4층 규모로, 위로 올라갈수록 고순도의 물을 생산하는 구조였다. 초순수 공정이 설치된 4층에 들어서자 바닥의 빨간 선이 눈에 띄었다. 외산 장비와 국산 장비를 구분하기 위해 공간을 나눠 표시한 것이다. 초순수를 위한 수처리 공정은 20~30여개나 된다. 이중 ‘탈기막’ ‘자외선(UV)산화 장치’ ‘이온교환수지’ 등 3개 공정이 고난도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초순수 플랜트의 설계·시공·운영, 3개 핵심기술을 모두 국산화하는 것이 연구개발 사업의 목표다.

2단계 설비에서 생산된 국산 초순수는 실공급에 필요한 수질 기준을 충족했지만, 외산 초순수 수질 결과값과 약간의 편차가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6개월간 2단계 설비를 연속가동해 성능을 평가하며 편차를 좁힐 계획이다. SK실트론과 하반기 실공급 협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초순수 기술의 상용화까진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초순수 품질은 곧 반도체 수율(정상품 비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일본의 독점 구조를 깨기가 쉽지 않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일본에 초순수 설비 유지보수를 맡기는 비용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기술을 국산화해서 유지보수를 인수·인계받는 것이 우리 기업의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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