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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쌉싸름한 맛’ 잃어가는 초콜릿

태원준 논설위원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는 카카오 열매의 씨앗을 가공한 것이다. 카카오는 남미가 원산지이지만,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이 생육에 더 적합해 이 지역에서 세계 코코아의 75%를 생산한다. 안정적 작황을 유지하던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서 재작년 돌연 생산량이 급감했다. 유례없는 흉작이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곡물 작황이야 들쑥날쑥한 법인데, 이번 사태를 접한 초콜릿 업계의 긴장도는 예사롭지 않다. “미래의 초콜릿은 우리가 알던 그 맛이 아닐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사슬처럼 연결된 세 원인 중 시작은 기후변화였다. 카카오나무는 뿌리에서 토양에 내뿜는 독성을 빗물이 씻어줘야 잘 자라는데, 온난화로 난폭해진 엘니뇨가 서아프리카에 극심한 가뭄을 불렀다. 독성을 중화하지 못해 시들해진 카카오나무를 다시 이상기후 여파인 흑점병이 공격했다. 치명적 전염병을 막으려면 늙은 나무를 잘라내고 묘목을 심어야 하지만, 그러면 5년은 기다려야 열매가 열려서 당장 수확해야 먹고사는 영세한 농부들이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전염병+가난의 조합에 코코아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년 전 t당 2000달러대였던 게 지난달 1만 달러를 넘어서며 초콜릿 업계에 두 선택지를 던졌다. 초콜릿 값을 올리거나(롯데가 내일부터 초콜릿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다), 코코아 함량을 줄이거나. 소비를 위축시킬 가격 인상은 한계가 있어 결국 코코아 함량을 줄이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는 초콜릿 맛의 중대한 변화를 뜻한다. 초콜릿은 코코아 본연의 쓴맛과 첨가제의 단맛이 극적인 대비효과를 이뤄 ‘달콤 쌉싸름한’ 맛을 내는데, 그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쓴맛이 줄어 더 달아지고, 그걸 보완하느라 다른 맛(과일 등)이 더 첨가되고, 먹을 때 뭔가 씹히는(아몬드 초콜릿처럼) 제품이 더 많아지는 서글픈 변신이 시작됐다. 해외 초콜릿 애호가 사이에선 벌써 맛의 변화를 감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달콤 쌉싸름한 맛을 값싸게 즐기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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