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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K-조선, 미래 먹거리 美 군함 ‘MRO’ 도전장

현재 미국 조선사·합작사만 허용
외국사도 가능한 법 개정 추진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미 해군 MSRA 결과 기다리는 중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상징하는 주황색의 골리앗 크레인(최대 1600t급에 달하는 초대형 크레인) 아래에서 선박들이 건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해군 특수선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에 잰걸음 행보를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함정 MRO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각종 규제가 풀릴 때를 대비해 미 해군 함정 건조까지 뛰어들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현재 미국에서 함정 사업은 한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조선사이거나 미국 기업과 합작사를 만든 외국 기업만 군함을 건조하거나 MRO 사업을 할 수 있다. 미 정부가 외국 조선사도 군함 건조와 MRO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조선사들에 장밋빛 미래가 열릴지 주목된다.

국내 조선소서 美 함정 손볼 날 온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진출을 위한 인증 요건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미 해군에 신청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소 실사 단계는 사실상 끝났다. 이르면 올해 여름쯤 최종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MSRA 자격을 따면 한국 조선사들은 울산조선소나 거제조선소에서 미 함정을 정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일본과 싱가포르 조선사들은 이미 자국에서 미 함정 MRO 물량을 받고 있다.

특수선 MRO는 40년가량 운용되는 함정 수명에 맞춰 부속품부터 장비,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손보고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 거래를 터놓으면 수십년 동안의 장기적으로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배를 건조해 판매하면 끝나는 선박 수주와 비교해 꾸준한 수요와 안정적인 매출이 뒷받침돼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통한다.

한국 조선사들의 첫 번째 먹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미7함대가 될 전망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미국 내에서 건조한 선박만 미국 내 운항을 허용한다는 ‘존스법’(Jones Act) 개정이 없더라도 미 해군 재량권에 따라 7함대 물량 MRO는 현재도 가능하다”며 “일본과 싱가포르가 일부 물량을 받고 있는데 추후 라이선스를 따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조선사들이 7함대 물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을 맡고 있는 김대식 상무는 “우선은 군수함, 지원함 위주로 MRO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법 개정 등을 통해 전투함까지 MRO를 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잇달아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최첨단 조선소 시스템과 한국의 기술력에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떠오르는 신시장 특수선 MRO

그동안 한국 조선사들은 상선과 마찬가지로 특수선 분야에서도 배를 만들어 판매하는 수주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남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 그러나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이 열릴 기미를 보이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방향키를 미국으로 틀었다.

특히 미국이 자국 내에서 함정 MRO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조선사들엔 기회다. 현재 미국 조선사들은 퇴조기를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존스법 때문이다. 1920년 법 제정 후 100년 넘도록 미 조선사들이 미 해군 함정 건조를 독점하면서 이들의 기술력은 날로 뒤처졌다. 반면 중동 전쟁,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동과 동아시아, 유럽 등 미군이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지역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MRO 수요도 크게 늘었다. 김 상무는 “중동과 동아시아,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미군이 무기체계 MRO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공략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시장 규모도 엄청나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8억 달러(약 78조7800억원)로 전망된다. 5년 뒤인 오는 2029년엔 636억 달러(86조6800억원)로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조 바이든 정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미국 MRO 시장 규모는 올해만 139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美 군함 건조에도 손 뻗는다
게티이미지뱅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MRO 사업을 시작으로 미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쪽으로 손을 뻗칠 계획이다. 전제는 존스법 개정이다. 당장 직접 수주는 할 수 없지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현지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와 미 해군에 선박을 납품하는 방산업체다. 미국 앨라배마주 등에 조선소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한 함정에 대해 MRO 사업을 펼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조선사가 해외에서 MRO를 수행한 첫 사례다. 최근엔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리조선소와 미 정부가 발주한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기술 지원 등 MRO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으로 함정 수주를 꾸준히 할 가능성이 보이면 상선 독(dock)을 개조해 특수선 야드로 바꿀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 이사는 “미국 시장 진출은 기술력, 공급망 등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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