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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해외로… ‘피·안·성’으로… 눈 돌리는 전공의들

[집단행동 100일- 의료개혁, 가보지 않은 길] ② 버티는 전공의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난 29일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날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A씨는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한 뒤 해외 의사 자격시험을 알아보고 있다. A씨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미국에서도 16개 주 정부 차원에서 외국 의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국가고시, 전공의 과정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미국 의사 면허(USMLE) 없이도 일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해외로 가려고 공부하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0일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후 100일이 지났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 복귀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참에 인기 과목인 이른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재수’를 준비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전공의들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JMLE)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엔 부쩍 베트남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의사 생활을 알아보는 전공의가 늘었다. 전공의 B씨는 “베트남 한 병원에선 번역, 숙소 및 의식주, 학회 비용을 지원해주고 월 3000만원 및 주5일 근무를 보장한다고 들었다”며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혹하는 조건”이라고 했다.

실제 해당 베트남 병원의 모집요건 확인 결과 항공권 비용과 주택 비용, 식사 및 통역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돼 있었다. 다만 대상은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로 한정했다. 국내 전문의 자격시험은 내년 1월 치러지는데, 내년 시험을 준비하더라도 병원 이탈 전공의들은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해 현재로선 응시 자격이 없는 상태다.

서울 한 대학병원 2년차 전공의 C씨는 “두바이에서도 의사 면허증이 연동된다고 한다”며 “대신 영어를 굉장히 잘해야 해서 영어학원을 다니거나 집에서 독학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해외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해외 박사후과정에 지원해 취업하려는 전공의의 경우 J1 비자를 받아야 하고, 이때 정부 추천서가 필요하다. 정부는 추천서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27일 “집단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력이 있는 의사들까지 추천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참에 원하는 수련 병원·과목으로 레지던트 ‘재수’를 하겠다는 이들도 나온다. 인턴을 마친 뒤 레지던트 과정은 한 개 병원, 한 개 과목(필수과목 제외)만 지원할 수 있다. 경쟁률이 높은 ‘피안성’ 대신 다른 과목을 선택한 1~2년 차의 경우 아예 다른 과로 바꾼다는 것이다. ‘빅5’ 병원 신경과 전공의는 “빅5 수련병원으로 오는 타교생의 경우 자교에서는 충분히 인기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자교 병원으로 가서 피안성을 다시 선택하자’고 한다”며 “특히 연차가 낮은 경우에는 다른 과목이나 병원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복귀를 고민하는 전공의도 상당수 존재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소수이지만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공의 수도 조금씩 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복귀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100개 수련병원 보고에 따르면 현장 근무 중인 전공의는 4월 30일 577명에서 5월 28일 699명으로 1개월간 122명 늘었다. 이는 100개 수련병원 전체 전공의 9991명 중 약 7%에 해당하는 숫자다.

차민주 김유나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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