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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과 ‘일체화된’ AI의 일탈… 삶·죽음, 윤리를 묻다

[책과 길] 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은행나무, 304쪽, 1만7000원


“앨런은 특정한 나의 감정과 정서에 관여하는 뉴런과 시냅스의 전기적 화학작용을 데이터화해 기쁨과 슬픔, 분노와 낙담 같은 원초적 감정뿐 아니라 자긍심과 부끄러움, 증오와 적대감과 같은 복합적 감정도 인식했다. (…) 우리의 상호작용은 점점 빈번하고 밀접해졌다. 우리는 동기화를 넘어 일체화되고 있었다.”

뛰어난 정보통신(IT) 기술자이자 유능한 사업가 케이시 킴은 말기 췌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과 치료를 거부했다.

대신 그는 연구실에 처박혔다. 자신이 개발한 범용 인공지능(AI) ‘마인텔’ 시리즈를 뛰어넘는 새로운 고차원 AI 프로젝트인 앨런에 몰두했다. 앨런은 단순히 명령만을 이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용자의 두뇌와 완전히 동기화된 인지 시스템이다.

케이시가 죽은 후 그의 아내는 기이한 사건들을 겪는다. 케이시의 서재에 밤새 불이 켜져 있기도 하고,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배달되기도 했다. 일본의 호텔에서는 그녀의 이름으로 된 예약 확인 연락이 왔다.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통해 세종의 한글 창제 비화를 그린 ‘뿌리 깊은 나무’,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비밀을 풀어가는 ‘바람의 화원’ 등을 쓴 작가 이정명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새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안티 사피엔스’는 AI 시대에 새롭게 정의해야 할 삶과 죽음, 선과 악, 기술의 윤리에 대해 질문한다.

앨런은 케이시의 모든 감정과 기억을 데이터로 만들어 학습한 고차원 AI다. 앨런은 통제를 벗어나 원초적인 악을 학습하고, 어리석고 불완전하며 양면성을 지닌 인간과 대결한다. 소설은 AI가 인간의 사회질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리며 AI와 인간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 이정명은 경북대를 졸업하고 신문사와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윤동주와 그의 시를 불태웠던 검열관 스기야마 도잔의 이야기를 그린 ‘별을 스치는 바람’은 2015년 영국 인디펜던트 외국소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7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 문학상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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