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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경화 천국’ 조선… 지금은 없는 풍경, 옛그림으로 만난다

[책과 길] 옛 그림으로 본 조선 1∼3
최열 지음
혜화1117, 전권 1520쪽, 12만원

조선시대 단양읍과 관아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겸재 정선의 ‘봉서정’. 화폭 하단에 흐르는 시내가 단양천이고 상단의 뾰족한 산은 적성산성이다. 현재는 물에 잠겨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혜화1117 제공

최근 출간된 3권짜리 ‘옛 그림으로 본 조선’은 서울(2020년)과 제주(2021년)에 이은 ‘옛 그림으로 본…’ 연작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미술사학자 최열은 조선에는 우리 땅의 실제 경치를 화폭에 담은 ‘실경(實景) 산수’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20대 대학 시절, ‘진짜 그런가’라는 의심을 품고 실경화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옛 그림이 있는 곳이라면 발품을 팔아 확인한 결론은 ‘과연 조선은 실경의 나라, 실경의 천국’이었다. 그런 선언을 담은 것이 이번 책이다.


‘옛 그림으로 본 조선’은 1권 ‘금강’과 2권 ‘강원’, 3권 ‘경기·충청·전라·경상’으로 구성돼 있다. 1520쪽 분량에 옛 그림 1000점 이상이 수록됐다. 서울과 제주 편이 출간된 이후 “내가 사는 곳이 나온 그림은 언제 볼 수 있느냐”고 묻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 이번 조선 편이다.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답변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선 최근 여행을 다녀온 충북 단양 부분을 펼쳤다. ‘모든 곳이 하나의 절경’이라는 부제와 함께 단양 이름의 유래와 지리적 특징으로 시작된다. “단양은 고구려 때 적산(赤山) 또는 적성(赤城)이었고 고려 때는 단산(丹山) 또는 단양(丹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적’이나 ‘단’이 모두 붉다는 뜻이다. 월악산과 소백산 사이의 협곡으로 닫힌 고을이며 그 복판에 남한강이 가로지른다.”

그리고 단양읍 관아 일대의 풍경을 그린 겸재 정선의 ‘봉서정’의 그림으로 이어진다. 봉황이 깃들어 쉬는 집인 봉서정 뒤쪽엔 단양 관아가 보이고 양옆에는 단양 읍내 풍경이 펼쳐져 있다. 화폭 하단에 흐르는 시내가 단양천이고 화폭 상단의 뾰족이 솟은 산은 단양적성비를 품은 적성산성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저자는 “그림은 지금의 단양읍 풍경이 아니다. 정자며 관아와 마을은 모두 물속에 잠겨 볼 수 없다”면서 “그림 속 풍경은 지금의 단양읍에서 하류로 한참을 내려가 단양대교와 적성대교가 있는 곳이었다”고 꼼꼼하게 덧붙인다. 저자가 발품을 들여 확인한 결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권은 지역별 주요 도시를 사전식으로 구성해 필요에 따라 원하는 지역을 찾아 그곳을 담은 그림과 설명을 보고 읽을 수 있다.

1권 금강 편은 금강산을 그린 화가들의 면면과 시대별로 금강산이 어떻게 그려지고 그 차이는 무엇인지 살핀다. 또한 한양에서 금강산까지 주요 유람 경로와 가는 동안 길 안내는 누가 어떻게 했는지, 먹고 자는 것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을 실제 금강산 유람을 다녀온 이들이 남긴 고문헌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다뤘다. 2권 강원 편에는 관동팔경을 비롯한 명승지와 명산이 즐비하다. 강원 곳곳을 다녀온 화가와 다녀온 인물이 26명에 이르는 만큼 같은 곳을 그린 그림도 많다. 같은 풍경을 서로 다른 화가가 어떻게 다르게 그렸는지 분석하고 알기 쉽게 해설했다.

전체적으로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전문가들에게는 알려진 작품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그림들이 많다. 정선이나 김홍도 같은 유명한 화가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향토 화가와 작가 미상의 작품들도 자주 등장한다. “예술의 기준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풍성하고 다채로워야 하는데 우리 미술사는 그동안 유명한 화가들에 치우친 점이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제주를 거쳐 숨 가쁘게 달려온 저자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남은 것은 북녘 땅이다. 저자는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몫으로 남겨야겠다”면서 “자연에는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의 일에 완성이란 당치 않다”고 썼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오늘날에는 마주하기 힘든 우리 땅의 산과 강과 마을의 옛 풍경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 쉬는 자취 속에서 예술의 아름다움까지 한껏 각자의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나아가 우리가 잊고 지낸 것이 무언인지, 우리가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이 어디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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