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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집 너무 신나”… 1호 청년 입주하는 날 울음바다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

23일 대전 중구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유재욱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지회장, 강기훈 청년희망팩토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진영호 희망디딤돌 전문위원, 고금란 아동권리보장원 부원장,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이장우 대전시장, 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 양승연 대전아동복지협회 회장, 김진오 대전시의회 부의장. 삼성전자 제공

‘자주 봐요. 우리, 정들게.’

최근 문을 연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 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진정한 독립은 의지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대전센터 운영을 맡은 양승연 대전아동복지협회 회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센터를 구축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고 싶은 곳, 편안한 곳이었으면 좋겠다’였다”면서 “흔히 독립을 말할 때 스스로 다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인도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그 누구도 모든 것을 혼자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의지를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희망디딤돌의 11번째 주거공간인 대전센터는 삼성과 대전시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립준비청년의 새 보금자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소식에서 입주 청년을 대표해 소감을 전한 오민성(22)씨는 “생애 첫 집이 생겨 너무 신난다”며 “어른 연습을 하면서 자립의 첫걸음을 한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대전센터는 자립생활관 14실, 자립체험관 4실과 교육 운영공간 등을 갖췄다. 보호종료를 앞둔 15~18세 청소년들은 자립체험관에서 며칠간 거주하며 생활을 미리 체험해볼 수도 있다.

삼성은 역세권 오피스텔 18실을 매입해 12평 남짓의 방마다 건조기, 세탁기 등 생활가전과 각종 생필품을 빠짐없이 챙겨 넣었다. 지난 3월 입주한 자립준비청년 김희망(가명·23)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빨래를 해서 이사 오기 전에는 빨래와의 전쟁을 치렀는데 건조기의 신세계를 맛봤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23일 대전센터 ‘공유 공간’에서 만난 김씨는 자립지원 전담기관 선생님의 권유로 삼성희망디딤돌의 문을 두드렸다. 대전센터의 배려로 유기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집사’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 동물과 교감하는 직업을 찾다가 애견미용사의 꿈을 갖게 됐다. 김씨는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전센터에서 학원비 일부를 지원해줘 경제적 부담을 덜었지만 그래도 주말 야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삼성이 희망디딤돌2.0 프로그램에 새롭게 과정을 신설하는 애견미용 교육도 신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바쁜 일상에도 시간을 쪼개 베이스기타를 배우며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2주에 한 번씩 그림을 그리는 자조 모임을 하면서 여느 20대처럼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대전센터 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주거공간. 삼성전자 제공

그는 스스로를 불행 속에서도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소중한 은인이 곁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보육원에서 나온 뒤 생산직 공장에 들어갔는데 2년 동안 몸이 망가져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면서 “도중에 돈 문제로 꿈을 포기하려 했을 때 애견미용학원 선생님이 재능이 아깝다면서 대학교 진학을 권했고 이후 진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뒤 가정 내 학대를 피해 중3 때쯤 뒤늦게 보육원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 덕분에 오케스트라 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대전센터는 김씨와 같은 자립준비청년의 ‘비빌 언덕’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함께 모일 수 있는 공유 공간을 꾸미는 데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 대전센터의 공유 공간 이름을 ‘더:U 방앗간’으로 한 것도 이유가 있다. 양 회장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우리 청년도 방앗간처럼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방앗간에는 카레와 파스타 등 간편식과 김치, 음료수 등 기부받은 물품이 꽉 차 있었다. 방앗간 옆에는 ‘짹짹책책’이라는 작은 도서관도 있다.

‘1호 청년’이 입주하던 날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울음바다가 됐다. 양 회장은 “처음으로 청년이 이사 오는 날 청년의 모든 길이 꽃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입구부터 꽃길을 만들어 환영 파티를 열었다”면서 “작은 파티를 하는데 1호 청년이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함께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때 “보잘것없는 저에게 이런 환영과 관심을 줘서 감사하다”는 청년의 말을 듣고 양 회장은 굳게 다짐했다. ‘다시는 우리 청년들이 마음 짠한 말을 하지 않도록, 네가 얼마나 보잘 것 많은 사람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꼭 만들어줘야겠다고.’ 대전센터는 전국 삼성희망디딤돌센터 중 유일하게 임상 심리상담사가 상주하면서 청년들의 마음건강을 살피고 있다.

안타까운 점도 있다. 김씨는 스무 살에 보육원에서 퇴소해 내후년쯤이면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한 나라의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자립지원 기간을 보호종료 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대전센터는 자립준비청년이 최대 2년 동안 살 수 있지만 김씨의 경우는 1년 뒤 다른 주거지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다. 양 회장은 “삼성은 보호종료아동이 ‘종료’가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려줬다”면서 “5년 이내에 자립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경험이 충분하지 못한 청년이나 보호종료 후 좌절을 겪는 청년 등의 사례를 논의하는 절차를 통해 ‘5년 기간 한정’이라는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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