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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한국판 에든버러’의 꿈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변에 자리한 파주출판도시의 정식 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다. 1989년 국내 출판인들이 모여 출판문화산업단지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1997년 국가로부터 전략산업기지로 지정받으면서 계획도시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산업단지이자 테마도시다.

파주출판도시의 개발은 1997~2007년 출판·인쇄·출판유통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도시를 조성하는 1단계 사업에 이어 2007~2018년 영상과 미디어 산업을 유치하는 2단계 사업이 이뤄졌다. 성장동력을 출판에서 문화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출판시장 악화에 따른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은 결국 파주출판도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파주출판도시가 올해 책의 도시를 넘어 문화예술 복합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오는 9월 6~8일 개최되는 ‘파주페어-북앤컬처’다. 책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 콘텐츠를 시민들과 향유하고, 국외시장에 수출하는 글로벌 콘텐츠 마켓을 지향한다. 3일간 콘서트, 뮤지컬, 연극, 낭독극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프린지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한 프린지 쇼케이스는 파주페어가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8편을 선정한 뒤 우수작 2편에는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파주페어는 장기적으로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이자 마켓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한국판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배우 출신으로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환을 축제 총감독으로 위촉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년 8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4주 가까이 열린다. 지난해는 72개국에서 3500여편의 작품이 참가했다. 교회, 식당 등을 개조해서 만든 약 300개 임시극장에서 6만회 안팎의 공연이 펼쳐졌다.

1947년 제1회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초청받지 못한 8개 팀이 주변부에서 무허가로 공연한 데서 시작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이렇게 크게 성장한 것은 참가비를 내면 어떤 예술가(단체)든 공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프로그래머와 프리젠터가 몰리는 만큼 작품 유통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한국 공연계에서 ‘꿈의 무대’로 통한다. 이렇게 된 데는 ‘난타’가 큰 역할을 했다. ‘난타’는 1999년 한국 공연으로는 처음 프린지에 참가해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이듬해 서울에 전용관을 마련하는 한편 2004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아시아 작품으로는 처음 전용관을 열고 1년6개월간 공연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태국, 중국에도 전용관을 두는가 하면 지금도 투어공연을 꾸준히 열고 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난타’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 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런데 국내에서 ‘한국판 에든버러’를 표방한 것은 파주페어가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공연예술축제와 아트마켓이 만들어질 때마다 똑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 등 공적 지원 중단으로 축제가 오래 유지되지 못한 것도 여럿이다. 이런 전례를 알고 있는 송승환 총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파주페어의 안정화까지 최소 5~10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파주페어가 파주출판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지 한동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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