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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회수 날 尹·이종섭 통화… 용산 “일상적 소통”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전화 걸어
공수처, ‘VIP 격노설’ 규명 집중
‘직권남용’ 등 입증, 까다로운 과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됐다가 국방부로 회수된 지난해 8월 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당일 이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28일 국민일보가 확보한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했다. 윤 대통령이 예전부터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였다. 첫 번째 통화는 4분5초, 두 번째는 13분43초, 세 번째는 52초간 이뤄졌다.

이 자료는 항명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지난 14일 재판부에 신청해 이날 통신사에서 회신받은 통신기록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오전에도 1분가량 윤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다음날 국방부 조사본부에 채상병 사건 조사 재검토를 맡기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무리한 수색 작업을 질책했던 만큼 유사한 대화를 했을 수 있다”며 “대통령과 국무위원은 수시로 통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도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한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해당 기록 확보 후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 규명에 집중할 계획이다. 채상병 특검법이 이날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공수처는 시간을 벌었다. 다만 통신기록으로는 통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구체적 대화 내용은 알 수 없다. 공수처는 ‘VIP 격노’가 실재했는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 까다로운 ‘법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

VIP 격노설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과 관련,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느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 격노를) 들은 적 없다”고 부인한다. 반면 박 전 단장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격노설을 전해 들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게서 격노설을 들었다는 또 다른 해병대 간부 진술도 확보했다.

박 전 단장 주장은 현재로선 ‘전언의 전언’이라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사령관이나 이 전 장관이 인정하지 않는 한 VIP 격노설은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이라며 “결국 두 사람의 입을 열어야 하는데 공수처가 이를 돌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최근 김 사령관을 두 차례 소환해 강도 높게 조사했고, 3차 조사도 검토 중이다.

직권남용 혐의 적용도 만만찮은 과제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무 권한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장관에게는 수사단에 대한 지휘 권한이, 윤 대통령에게는 이 전 장관에 대한 포괄적 직권이 인정된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구체적 지시를 통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점이 확인돼야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통령이 단순히 사건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물으며 짜증을 낸 것인지, 직접 수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인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문제 된 발언 정도로는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성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형민 김재환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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