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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직도 혹독한 얼차려라니… 군 전력 되레 해친다

입력 : 2024-05-29 00:34/수정 : 2024-05-29 00:34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지난 25일 숨진 육군 훈련병이 열사병에다 ‘횡문근융해증’ 증세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군 소식통이 28일 전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신체 활동으로 근육과 장기가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이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기훈련 간에 규정과 절차에서 문제점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일부 군 간부들이 갓 입소한 훈련병에게 규정에 어긋난 혹독한 얼차려를 강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게 확실해지고 있다. 안전 규정도 지키지 않고 과거 군대서나 볼 법한 일이 요즘 같은 시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개탄스럽다.

사고 발생과 경과를 보면 군의 안전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난다. 해당 훈련병은 지난 23일 뙤약볕 아래서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뛰고 팔굽혀펴기 등을 했다가 쓰러졌다. 완전군장 상태로는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육군 규정을 정면으로 어겼다. 훈련병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주변의 보고도 묵살됐다고 한다. 더욱이 완전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군장에 여러 권의 책을 넣어 수십㎏에 달하게 만든 뒤 짊어지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게 맞다면 단순 얼차려를 넘어 가혹행위나 다름없다.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훈련병 한 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훈련병 안전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 일부 지휘부는 군기 잡는답시고 악습을 자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말 69만명이던 군 병력은 현재 50만명 선에 턱걸이한 데 이어 2040년에는 35만명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있는 인력이라도 소중히 다루고 잘 키워야 강군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군은 이 소명에 부응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여름 실종자 수색에 동원되다 사망한 해병대원과 이번 훈련병 사고를 보고 어떤 부모가 마음 편하게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나. 특단의 재발 방지책과 다짐을 통해 군이 스스로 불신을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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