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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 상병 특검법 폐기됐지만 … 대통령 의혹 해소 나서야

28일 오후 국회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 등을 표결하는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넘어온 ‘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 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정족수 196표에서 17표 부족한 찬성 179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폐기됐다. 혹시 재의결안이 통과될까 노심초사하며 내부 표단속을 벌였던 국민의힘은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내부에서 찬성표가 나온 게 엄연한 현실이고, 민주당은 이 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할 방침이어서 여야의 극한 대치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안전장비도 없이 수해현장 민간인 실종자 수색작업에 무리하게 투입돼 순직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 엄하게 처벌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게다가 초기 수사를 벌인 해병대수사단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이 나왔고, 그 이유로 ‘윤 대통령 격노설’까지 제기됐으니 사건 은폐 및 책임 축소 여부도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외압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 신속히 결과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 사건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진상규명에는 방해만 될 뿐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불신을 불러오고, 합당한 수사 결과마저 승복을 거부하는 맹목적 진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당장 이번 주말부터 장외집회에 나선다는데 그렇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정부 때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설치했고, 윤석열정부에서도 대통령과의 긴장관계를 늦추지 않았던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절제된 자세가 절실하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특검법이 폐기됐으니 이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민적 의혹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격노설’과 이종섭 전 호주 대사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등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처럼 모호한 답변 대신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공언한 민주당과 당장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법리적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여야 합의로 수정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채 상병 특검법도 다를 게 없다. 안철수 의원 등이 국회 표결에 앞서 재의결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이유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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