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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섬 아름다운 저녁노을 뒤 황홀한 ‘바다 오로라’

기암괴석·백사청송… 보령 장고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 명장섬이 보이는 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바다의 반딧불이' 야광충이 밀려드는 파도 속에서 파란 물감을 뿌린 듯 형광색 향연을 펼치고 있다.

충남 보령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섬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다. 유인도 15개, 무인도 75개 등 90여 개의 섬이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원산도, 삽시도, 외연도, 장고도 등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섬이다. ‘섬의 고장’에서 오는 8월 8일 ‘제5회 섬의 날’ 행사도 열린다.

이 가운데 보령시 오천면에 딸린 장고도(長古島)는 장구를 닮아 ‘장곰’으로 불렸다. 대천항에서 서북쪽으로 21㎞ 떨어져 있으며 이웃 섬 고대도와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다. 해안선을 따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백사청송(白沙靑松)’으로 알려진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휴식을 안겨 준다. 한적하게 여가를 보내기에 ‘보령 맞춤’이다.

장고도 최고의 풍광은 명장섬 해수욕장의 저녁노을이다. 명장섬은 장고도에 딸린 섬이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명장섬의 전경과 일몰이 아름다워 여행객과 사진작가들의 호기심과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5월 하순에는 명장섬 두 개의 섬(실제는 세 개인데 겹쳐서 두 개로 보임) 가운데 뾰족하게 솟은 용난바위로 떨어지는 해를 담을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하루 두 번 해수욕장에서 바로 앞 명장섬까지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밀물 때 잠기고 썰물 때 드러나는 1㎞의 갯돌길이다. 처음에는 자갈길이지만 명장섬이 가까워지면 제법 굵은 돌길로 변한다.

명장섬 해식동굴에서 내다본 용난바위.

섬에는 해식동굴이 몇 개 있다. 명장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을 왼쪽으로 돌면 먼저 터널처럼 뚫린 동굴을 만난다. 주변 암석 지층이 이색적이다. 조금 더 가면 용난바위 앞에 거대한 동굴이 나타난다. 안에서 용난바위를 내다보는 동굴 실루엣이 환상적이다.

멀리 당너머 해수욕장 끝 용굴바위 자리도 보인다. 큰 구멍이 뚫린 용굴바위는 바다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해변을 기어 나오는데 바위가 가로막아 뚫고 가버린 구멍이라고 한다. 코끼리바위로도 불렸다. 이 구멍을 통해 보이는 명장섬의 용난바위가 절경이었다. 하지만 바위는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무너져 내려 흔적만 남기고 있다.

태풍에 상부 아치가 무너져 내린 용굴바위.

요즘 서해안에서 ‘핫’한 야광충(夜光蟲)을 장고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야광충의 정체는 ‘녹틸루카 신틸란스’. 보통 지름 1㎜, 최대로 자랄 경우 2㎜ 크기인 단세포 와편모류(渦鞭毛類)의 일종이다. 이 야광충의 세포질에는 인이 대량 함유돼 있다.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빛을 발한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방법과 같다.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칠 때 야광충은 파란색 형광으로 밤바다를 오로라처럼 황홀하게 수놓는다.

과거 명장섬 해수욕장은 등바루(돌담)놀이에 쓰이던 돌방이 설치되던 곳이다. 등바루놀이는 장고도가 자랑하는 문화 전통으로 200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오래전 장고도 처녀들은 해당화가 만발한 음력 4월이면 놀 날을 잡았다. 놀기 하루 전날 명장섬과 이어진 갯밭에서 돌을 날라 바닷가로 출입구를 낸 타원형 공간을 만들었다. 이것이 돌방이다. 돌방은 처녀들이 화장도 하고 옷도 갈아입는 ‘아지트’였다. 놀이 날이 되면 처녀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조개 등 어물잡기 경합을 벌이고 점심때는 이긴 편과 진 편을 가른 뒤 돌담 안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노래와 춤도 추는 일종의 성년식 놀이다. 등바루놀이가 끝나면 돌방은 허물어졌다. 돌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장섬이 보이는 해안가 민박 부지에 실제로 있었으나 민박들이 헐리면서 돌방도 함께 사라졌다. 현재 여객선이 도착하는 대멀(대머리) 선착장 옆에 실물 모형이 설치돼 있다.

대멀 선착장 옆에 설치된 돌방 실물 모형.

마을은 대멀항에서 2㎞쯤 떨어져 있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옆 갯벌은 장벌이라 불린다. 물이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앞 장벌은 광활하다. 주민들은 그곳에서 바지락을 캔다.

섬에는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다. 안내판에는 둘레길과 해안 탐방로를 나눠 코스를 설명하고 있지만, 선착장에서 출발해 길이 이어지는 대로 걷다 보면 섬의 모든 곳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된다.

용굴바위 인근 당너머 해수욕장과 당산.

먼저 대멀 선착장에서 명장섬 해수욕장까지 제1 해안탐방로가 0.8㎞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제2 해안탐방로는 청룡초등학교 장고분교장에서 해안데크길을 거쳐 염전저수지까지 1.1㎞ 구간으로 30가량 걸린다. 장고도 둘레길은 제1 해안탐방로를 당너머해수욕장까지 연장해 1㎞ 거리에 2시간쯤 걷는다.

여행메모
하루 세 차례 여객선…1시간 10분 소요
어두운 밤 만조 시간 야광충 관찰

장고도는 안면도 남쪽 그리고 고대도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장고도에 가려면 대천항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자섬으로' 호를 타야 한다. 대천항에서 장고도까지는 삽시도를 거쳐 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계절에 따라 배 시간이 유동적이어서 확인은 필수다.

배는 4~9월 하루 세 차례 운항한다. 오전 7시 20분, 오후 1시, 오후 4시 대천항을 출발한다. 장고도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오후 2시 15분, 오후 5시 10분이다. 요금은 어른 기준 들어갈 때 1만3000원(터미널 이용료 포함), 나올 때 1만19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신한해운 홈페이지(www.shinhanhewoon.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섬에서 나올 때는 마을에 있는 마도로스슈퍼에서 표를 사야 한다. 슈퍼는 물건을 파는 본연의 임무를 넘어 민박, 식당, 여행자센터 그리고 매표소 역할까지 한다.

숙박은 마을 내에 있는 민박이나 펜션을 이용해야 한다. 마도로스슈퍼를 제외하면 식당이 없다. 하지만 해산물이 풍부해 민박집 밥상의 만족도가 높다.

야광충을 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밤 만조시간일 때가 좋다. 만조가 되면 해안 가까이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야광충이 암초나 갯바위에 부딪히며 파란빛을 내기 때문이다.



장고도(보령)=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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