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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측 자제”… 中, 한반도 비핵화엔 ‘뜨뜻미지근’

尹, 북핵 관련 中의 건설적 역할 촉구
北 “완전한 비핵화 이미 사멸” 반발

입력 : 2024-05-28 00:04/수정 : 2024-05-28 00:04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 나와 있는 한 외신 기자가 27일 리창 중국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날 회담한 내용을 톱기사로 다룬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를 읽고 있다. AP뉴시스

한·일·중 정상은 27일 교류 협력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반면 리창 중국 총리는 북한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선언 문구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수위로 결정된 것 역시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난색을 표한 결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모두발언과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 우리 3국에 공동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리 총리는 북한이나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방국인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고 주변국의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리 총리가 말한 ‘관련 측’이 어느 국가를 지칭하는지에 대해 “수십년간 관용화된 중국의 표현”이라며 “‘남북이 서로 선을 넘지 않고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3국 정상회의의 정례화 및 재가동에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도 굉장히 북한을 의식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이 이날 불쑥 예고한 인공위성 발사를 놓고도 서로 다른 기류가 흘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 사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솔직한 대화로 의심과 오해를 풀고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확인한 8차 정상회의와 비교해 중국이 북한 편을 상당히 들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2023년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로 북한 문제 관련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의장국인 우리 요청에 중국이 답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중 리 총리와 별도의 환담 자리를 갖고 북한 핵 도발 문제를 언급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세 안정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북한은 “한국이 비핵화, 평화와 안정에 대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역 나라와 국제사회에 대한 우롱”이라고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국 정상회담 이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됐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권중혁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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