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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90분 내 타설’ 못 지켜… 서울, ‘불량 콘크리트’ 비상

출근길 교통난 등 영향 운송 지연
시간 못 지키면 레미콘 굳을 가능성
‘제2 검단 사태’ 서울서 벌어질 우려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출발한 콘크리트 운송 차량이 서울시내로 들어가는 구간에서 출근길 정체에 걸려 서 있다. 오른쪽은 콘크리트 운송 차량이 서울 송파구 한 공사 현장에 정차해 있는 모습이다. 한웅희 기자

서울 시내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반죽(레미콘)이 하절기 규정 시간인 90분을 넘겨 타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근교 공장에서 출발한 레미콘 차량의 서울 시내 진입이 출근길 교통난과 맞물려 지체되면서다. 문제는 이러한 불량 콘크리트 공급이 지속되면 건물 강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발생했던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가 서울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오전 8시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운송 차량 한 대가 출발했다. 목적지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신축공사 현장. 13t에 달하는 레미콘을 탑재한 차량은 출근시간대 교통난을 헤치고 오전 9시43분 현장에 도착했다. 인부들이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하자 시계는 오전 9시56분을 가리켰다.

60대 레미콘 차량 운전자 장모씨는 “길이 평소보다 안 막혀서 이 정도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이 공장에서 출발한 다른 레미콘 차량도 서울 잠실의 공사현장까지 1시간40분이 걸렸다고 한다.

콘크리트의 품질기준을 정하고 있는 ‘한국산업표준 KS F 4009’에 따르면 하절기 레미콘은 생산부터 타설까지 모든 작업을 90분 내에 마쳐야 한다. 이 시간을 넘기면 날씨에 따라 레미콘이 굳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건물의 강도에도 악영향을 준다. 앞서 언급된 종로와 잠실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이 기준을 어긴 셈이다.

규정을 어긴 레미콘을 폐기하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이런 이유로 일부 건설현장에선 ‘90분’을 넘긴 레미콘에 물을 섞어 쓰는 편법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등이 불량 자재를 사용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최대 영업정지 2개월 혹은 과태료 400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시공사의 이의제기가 빈번해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7일 “KS 기준은 임의 기준이기 때문에 운송시간을 넘긴 것 자체로 처벌은 어렵다”고 말했다.

불량 콘크리트 사태는 서울의 레미콘 공장이 사라지는 것에서 기인한다. 2022년 8월 서울에 공급되는 레미콘 물량의 40%를 담당하던 성수동 레미콘 공장이 철거됐다. 내년이면 송파구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도 사라져 단 두 개의 공장만 서울에 남게 된다. 임영택 레미콘운송노조 위원장은 “서울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체 공장인 경기도 구리·하남·남양주 공장 등에서 레미콘을 가져오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KS 기준을 어긴 불량 콘크리트의 공급으로 서울 시내 부실한 건축물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서울은 인천 검단 사례와 비교해 타설 시간 지체가 더 잦아서 불량 콘크리트 붕괴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건호 호서대 토목건축공학부 교수도 “불량 콘크리트 문제는 구조적 측면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강도가 약하면 건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결책으로 운송시간 조정이 거론되지만 현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레미콘 운송업계는 운전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차량을 운행한다. 시공사 측도 건설현장 일정이 늦어지기 때문에 시간 조정은 반기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운송업계를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현 한웅희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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