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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자 넘치는 정유업계… 희망퇴직은 ‘그림의 떡’

1인당 10억 추정… 단기적 부담 커
유가 리스크에 2분기 실적 줄 듯
노조가 먼저 원해도 회사가 꺼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마트, 한전 등 민간기업과 공기업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감원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유업계만큼은 무풍지대다. 표면적인 이유는 양호한 실적과 현장 인력의 안정적 운영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연봉자들이 많아 이들이 희망퇴직을 하면 단기적으로 회사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이런 이유로 노동조합에서 먼저 희망퇴직을 요구해도 회사가 주저하는 사례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020년 사무직 대상 희망퇴직을 도입했다.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수십여명의 희망퇴직자에게 퇴직금에 더해 기본급 최대 60개월치, 자녀학자금 등을 줬다. 이 회사는 2021~2022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그러자 생산직 노조가 들고 일어섰다. 생산직군에도 희망퇴직 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직원들이 수억원에 달하는 희망퇴직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회사는 난색을 보였으나 2022년 말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생산직 희망퇴직을 도입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지난해 사무직 생산직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현재는 희망퇴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 정유사들의 희망퇴직은 옛일로 여겨진다. SK이노베이션은 2015년 사무직과 생산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뒤 9년간 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는 2012년 영업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게 마지막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일부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명예퇴직 제도 외에 희망퇴직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정유사들이 희망퇴직을 하지 못하는 건 결국 돈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선 희망퇴직을 하게 되면 지출해야 하는 일회성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1억원이 넘는 고연봉에 20~30년 근속자도 수두룩해 희망퇴직자 1명에게 줘야 하는 금액이 최대 10억원(퇴직금+희망퇴직 위로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정유사 직원은 2022년 희망퇴직 하면서 퇴직급여로만 약 11억원을 받았다. 단순하게 1인당 10억원만 잡아도 100명이 희망퇴직을 하면 연간 1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주요 정유사 직원 평균연봉은 에쓰오일이 1억729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GS칼텍스는 1억6575만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억5200만원, 1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근속연수도 에쓰오일이 18.7년으로 가장 길고 GS칼텍스(15.6년), HD현대오일뱅크(13.8년), SK이노베이션(11.5년)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들쭉날쭉한 유가 때문에 올해 2분기엔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게 뻔하다”며 “국제유가 등 상황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 적자가 날 수도 있어 비용이 많이 드는 희망퇴직을 하기엔 여의치가 않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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