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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꽃미남에서 40대 ‘사나운 얼굴’ 된 강동원

영화 ‘설계자’ 살인청부 리더 영일
“화내면 무서워 보여… 성장한 느낌”
매년 한두 작품 출연… 믿음에 감사

‘꽃미남’의 대명사로 불리던 강동원은 이제 선이 굵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 얼굴을 갖게 됐다. 이제는 화를 내면 무서워 보인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감정 표현이 수월해지기도 한다.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AA그룹 제공

“새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신선한 영화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말, 그리고 ‘연기가 성장했다’는 말이 듣고 싶다. 배우로서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일이 내겐 여전히 절실하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이렇게 말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설계자’는 살인 청부를 받아 수행한 뒤 우연한 사고사로 위장하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강동원은 이 집단을 이끄는 영일 역을 맡았다.

영일은 전사(前史)도, 품고 있는 감정도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다. 어릴 때 가족에게 버림받고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으며 인간관계는 함께 일하는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뿐이라는 걸 관객들이 추측할 뿐이다. 동료들이 하나둘 사고를 당하면서 영일은 이것이 자신의 팀보다 훨씬 큰 비밀 조직인 ‘청소부’의 음모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자신이 최후의 표적이라고 의심하게 된다.

강동원은 “‘청소부’의 존재는 음모론에 갇힌 영일 혼자만의 상상일 수도 있다. 인물 처한 상황이 명확하지 않아 연기하기 힘들었다”며 “대사가 많지 않으면 암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감정 표현의 수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다. 미묘한 호흡 차이로 영화의 톤이 바뀔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며 긴장해 있는 인물의 내면의 보여주기 위해 강동원은 기본에 충실했다. 그는 “행동이 제한된 캐릭터는 카메라가 가까이에 왔을 때 호흡조차 잊어 어색해 보이기 쉽다. 숨을 멈추고 있진 않은지, 대사를 정확히 하는지 늘 확인했다”며 “긴장해 눈도 잘 깜빡이지 못하고, 집중해서 누군가를 관찰하는 장면이 많아 눈이 많이 시렸다”고 돌이켰다.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의 주인공으로 오랫동안 ‘꽃미남’의 대명사로 불리던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 극도로 차갑고 사나운 얼굴을 보여준다. ‘검사외전’(2016), ‘브로커’(2022),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2023) 등에서 인간적이고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 것과는 대조된다.

강동원은 “내게서 그간 없었던 얼굴이 보이고 감정 표현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이번에 있었다. 예전에는 화를 내도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서워 보인다”며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감정 표현이 수월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년 같았던 과거와 달리 어딘가 선이 굵어진 지금의 외모에 대해선 “잘생겼다는 칭찬은 늘 감사하다. 다만 지금은 내 나이에 맞는, 더이상 초년생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40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굳이 원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 얼굴을 가지게 됐다”며 웃었다.

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동원은 매년 한두 작품씩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는 “다행히도 그간의 출연작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겨왔다”며 “관객과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어 계속 작품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연기를 오랜 시간 하다보니 예전처럼 긴장되지 않아 위기감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이러면 정체될 수 있겠다’고 느껴 스스로를 괴롭혔다”며 “사람들이 ‘강동원은 이만큼만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면 내 연기를 보는 게 재미없어질 거다. 현장에서 연기하는 그 자체를 행복해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날 긴장시킨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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