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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깨졌다… 우주, 다시 글로벌 패권 무대로

우주, 지정학적 요충지로 재부상

주요국, 국가 단위 전략 마련 경쟁
정보·정찰 이상 군사적 활용 꾀해
“韓도 안보 목적 우주전략 수립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위성이 지구궤도 500㎞ 상공으로 발사된 1957년 10월은 우주 경쟁이 시작된 순간으로 불린다. 소련은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고, 미국은 커다란 굴욕감을 느꼈다. 미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소련과의 우주를 무대로 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고 지구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도전은 결국 성공했다. 소련이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성공에 자극을 받아 달을 목표로 한 경쟁을 새롭게 시작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우주를 무대로 한 경쟁은 한동안 소강상태로 이어졌다. 1967년 미국과 소련이 우주조약을 체결하면서 표면적인 경쟁은 멈춰섰다. 두 국가는 우주 공간에서는 대량 파괴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우주 공간은 ‘중립지대’로서 평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런 기조가 이어져 국제 협력을 통한 국제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우주 공간이 다시금 국가 대항전 무대로 부상했다. 우주 공간이 지정학적 요충지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다. 우주 공간에서는 지상에서 하지 못하는 군사적 작전을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수행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해 타국의 동향을 손쉽게 파악하는 등 정보전의 핵심 기지로도 우주가 활용되고 있다.

‘평화’→‘경쟁’ 주목받는 우주 공간


우주 공간에 자리 잡는 인공위성의 수는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2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주요국의 안보·국방 우주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57~2012년 매년 약 150기 정도만 발사되던 인공위성의 수는 2013년 210기, 2019년 600기, 2020년 1200기, 2022년 2470기로 급증하고 있다. 유럽우주기구(ESA) 통계에 따르면 1957년 이후 2023년 12월까지 총 1만6990기의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 중 약 1만1500기는 여전히 우주 공간에 있다. 약 9000기의 인공위성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최소 1기 이상의 인공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91개국에 달한다.

심지어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는 등 평화적 기조도 변화하고 있다. 정보·감지·정찰·통신 위성 등으로 한정됐던 우주 공간의 용도가 국방 및 자산 확대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인 것이다. UN의 우주 관련 조약에서 지구 주변 궤도에 대량파괴 무기 배치만을 금지한다. 이에 대량파괴 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무기를 지구 주변 궤도에 사용하는 군사 활동은 허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각국은 국가 안보와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위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우주 공간에 구축하려고 한다.

국가 단위 우주전략 세우는 주요국


각국은 우주 공간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한다. 미국의 경우 2020년 6월 ‘국방우주전략’을 발표하고 우주를 “안보, 번영 및 과학적 성취에 필수적인 영역이자 미국 군사력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주력’이라는 개념도 내세웠다. 평시 또는 전시에 외교, 정보, 군사 및 경제 활동을 위해 우주를 이용하는 국가 역량의 총체를 우주력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은 우주력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우주 우세를 유지하고 국가 및 합동 작전에 우주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주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안보·방위 목적으로 우주 공간을 이용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은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 전략을 통해 우주 공간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위대와 해상보안청 등이 우주 공간 이용을 강화하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자위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국가방위전략에서도 우주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주영역파악(SDA)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지원에도 돌입했다.

일본은 이런 전략을 기반으로 지난해 6월 ‘우주안전보장구상’을 수립했다. 일본이 우주 공간을 통해 국가의 평화와 번영, 국민의 안정과 안심을 증진하면서 동맹국 및 우방국 등과 함께 우주 공간의 안정적 이용과 우주 공간으로의 자유로운 접근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유럽연합(EU)은 안보 전략문서인 ‘국방·안보 전략적 나침반’에서 우주를 “증대되는 경쟁 영역이자 작전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우주 공간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EU는 회원국의 우주 관련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3월 ‘EU 안보·국방 우주전략’을 수립했다. 다양한 우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EU의 우주시스템과 서비스 보호를 강화하고 우주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우주를 안보·국방 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점을 앞세웠다.

한국도 범부처 우주전략 수립해야


한국은 국가안보 차원의 포괄적인 우주 전략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수립된 ‘국가안보전략’에서 우주를 전략과제 달성을 위한 중요 수단으로 언급한 정도다. 우주 공간을 국가 차원의 전략적 공간이라는 인식을 키우고 우주 위협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영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전략학부 교수는 “한국의 우주기술과 우주자산, 지정학 위치, 외교 관계 등 가능한 한 모든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범부처를 아우르는 국가안보 목적의 우주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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