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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떨어지는 국제유가 ‘예전 같지 않네…’

최고가 대비 한달새 11% 하락
대선 앞둔 바이든 비축유 방출
중동 비중 줄고 OPEC+도 균열


한국 경제의 3고(고물가·고환율·고유가)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국제유가가 최근 예상과 달리 하락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란과 이스라엘 무력 충돌 우려 등으로 연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배럴당 77.72달러로, 한 달 전 최고가(86.19 달러)보다 11%가량 떨어졌다. 예상을 깬 하락세에 WTI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일부는 상장 폐지 사태까지 맞았다.

유가에 생산 물가가 좌우되는 국내 산업 구조상 최근 가격 안정세는 반가운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97.5달러까지 오를 경우, 제조업 생산 비용은 1.2%, 서비스업의 경우 0.32%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원가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어진 셈이다. 이달 넷째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도 ℓ당 11.9원 내린 1691원으로 5주 만에 17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를 진정시킨 것은 미국이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물가 안정으로 표심을 잡기 위해 비축유(휘발유) 배출에 돌입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메모리얼 데이(매년 5월 네 번째 월요일)인 27일(현지시간)부터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100만 배럴의 휘발유를 방출할 예정이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은 하루 원유 생산량(약 1310만 배럴)의 36% 수준인 470만 배럴을 수출로 쏟아내고 있다.

세계 원유 시장의 중동 비중도 줄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등 오펙플러스(OPEC+) 비회원 산유국의 원유 시장 비중은 2017년 41%에서 지난해 49%까지 증가했다. 중동과 러시아의 원유 감산 흐름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사우디·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 달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기로 한 대면 회의를 최근 화상 회의로 전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표면적으로는 88세인 사우디 살만 국왕의 건강 문제가 이유지만 OPEC+ 회원국이 산유량 감산 철회에 합의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체 에너지인 천연가스의 부상도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NYMEX에서 거래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기준 100만BTU당 2.52달러로, 지난 2월 최저가(1.58달러) 대비 60% 급등했다.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인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전력 소비 급증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한동안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로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유가가 다시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27일 “미 대선 이후 이란 제재 강화로 유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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