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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중 ‘협력 제도화’ 합의, 역내 긴장 완화 첫발 뗐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서울에서 2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3국 정상회의는 개최 자체만으로도 절반 이상 성공한 회의라 할 수 있다. 이 회의는 당초 매년 개최가 원칙으로 3국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한·중 및 한·일 간 사드와 강제징용 문제, 중·일 간 영토 분쟁 및 미·일 안보협력 등의 외교적 갈등으로 4년 5개월 만에 회의가 열리게 됐다. 건너뛴 시기만큼이나 3국 간 불협화음이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의장국인 우리나라가 오랜 물밑 조율을 통해 3국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에 더해 이날 도출된 공동선언문에서 3국 간 협력 확대 및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내자고 합의한 점은 더더욱 평가할 만하다. 특히 3국은 선언문에서 “협력을 재활성화하자”고 천명했다. 재활성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멀쩡히 잘 협력하던 3국이 그간 의도치 않은 변수로 대립하면서 3자 모두 손해를 보던 상황에서 속히 벗어나자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다. 3국은 이를 위해 정상회의 및 외교장관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만나야 협력도 제도화된다는 취지인데, 이번 회의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 할 수 있다.

3국은 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듣기에 따라선 당연한 수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 행간에는 동북아에서 미·중 대립이나 한·미·일 및 북·중·러 대결 구도를 더 악화시키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자는 취지가 깔려 있을 것이다. 실제 3국이 무게중심을 잡고 동북아에서 균형추 또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면 지역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3국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한 것 역시 3국 협력과 지역 안정 및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 반대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비판 메시지나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문구가 합의문에 언급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다.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 노력을 지속한다”는 원론적 내용만 담겼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제재 위반을 규탄하거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은 일절 없었다. 이들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한·중 양자 대화나 추후 열릴 3자 외교장관회의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만큼 긴요한 문제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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