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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흡연자, 100m 걷고 종아리 당긴다면 ‘위험’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말초동맥폐색증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동맥경화로 인한 팔·다리 혈관 협착
식생활 서구화되면서 증가 추세
다리 저리고 통증… 디스크와 혼동
치료 놓치면 절단해야 할 수도
금연 필수… 다리 통증에 경각심을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가 말초동맥폐색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다리 혈관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심장이나 뇌 건강에 유념해야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졸중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질환이 더 있다. 심장·뇌혈관 외에 팔과 다리 등 신체 말단 부위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말초동맥폐색증'이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손·발가락을 잘라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27일 “몇 년 전 한국의 일반 성인에서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4.6%로 나왔다. 100명 중 4~5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말초동맥폐색증이 의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리 쪽 하지동맥폐색증이 90% 이상 차지한다. 조 교수는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50대 이상 흡연자의 경우 평소 100m 정도 걸었는데 종아리가 단단해지고 당기면 그냥 넘겨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조 교수에게 말초동맥폐색증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어떤 질병인가.

“팔·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혈액 공급이 원활치 못한 증상이다. 팔의 경우 위쪽 쇄골하동맥이 구조적 문제나 동맥경화로 혈관이 딱딱해지면서 점점 좁아지고 막힐 수 있다. 팔 아래로 피가 잘 안 통해 손이 차고 저리다. 또 다리에 발생하는 하지동맥폐색증과 골반 부근 동맥이 막히는 장골동맥폐색증이 있다. 심장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대동맥은 배꼽 부위에서 좌우 다리로 갈라지며 이후부터 말초동맥에 해당된다.”

-말초동맥이 막히는 원인은 뭔가.

“심뇌혈관질환과 마찬가지로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의 협착이다.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 당뇨, 노화, 비만, 심혈관질환 가족력, 흡연 등이 위험 인자다. 동맥 내부에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막는 경우, 동맥 외 부상, 혈관염, 손·발의 혈관이 좁아지는 레이노병, 팔·다리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버거병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환자가 많나.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늘며 말초동맥질환 위험도 커지는 추세다. 2008~2012년 한국인의 말초동맥질환 유병률과 위험 요소를 연구해 2017년쯤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일반 성인 2044명 대상으로 말초혈관 상태를 체크하는 동맥경화협착검사를 시행했더니 ‘말초동맥질환 의심’이 95명(4.6%), ‘질병 경계’가 211명(10.4%)으로 조사됐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다리의 혈압을 동시에 재서, 발목과 위팔 혈압의 비율(ABI·발목상완지수)이 0.9 이하일 때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한다. ‘질병 경계’는 ABI가 0.91~0.99일 때다.”

-50대 이상 흡연 남성의 유병률이 높다는데.

“하지동맥폐색증, 장골동맥폐색증 모두 남성 환자가 많다. 여성 호르몬에 혈관 보호 기능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남성 중에 만성질환을 가진 30·40대가 증가하면서 50대부터 하지동맥폐색 환자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조 교수는 “1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말초동맥질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금연자도 현재 흡연자보다는 위험이 낮겠지만 비흡연자보다는 높은 만큼, 걷거나 할 때 가벼운 다리 통증이라도 느껴지면 제때 전문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심 증상, 비슷한 질환과 감별법은?

“질병 초기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에 통증·경련이 발생하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기 때문에 지나치는 일이 많다. 어느 정도 진행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특히 다리 혈관의 경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직립보행으로 피가 아래로 쏠리기 때문이다. 상태가 심한 경우 양쪽 다리 굵기가 다르다. 종아리 둘레 차이가 나고 다리의 털 길이가 다를 수 있다. 혈액이 안 내려가 영양분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 다리털이 현저히 덜 자란다면 해당 다리의 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는 다리가 저리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동맥폐색증은 걷는 중에는 증상을 보이다가 멈추고 쉬면 완화된다. 디스크는 걸을 때 뿐 아니라 장시간 서 있어도 같은 증상이 생긴다. 통증 양상도 다르다. 하지동맥폐색증은 다리가 터지는 듯하거나 조이는 느낌이다. 반면 디스크는 찌릿하거나 저린 느낌이 많다. 수면 질환인 ‘하지불안증후군’과도 감별해야 한다. 이는 주로 잠자기 전이나 누워 있을 때 종아리가 당기고 불편한 증상을 보인다.”

-장골동맥폐색증은 어떤지.

“동맥경화로 다리에 피를 공급하는 장골동맥(골반 근처)에 쌓인 혈전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아 생긴다. 장골동맥 자체가 다리 동맥보다 크기 때문에 증상이 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상이 나타나 발견도 늦다. 보통 엉덩이나 허벅지로 이어지는 근육에서 통증이 생기고, 발기 부전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말초동맥폐색증이 상당히 진행돼 발과 손가락 일부가 괴사된 모습.

‘허혈성 대퇴골두괴사증’이나 ‘척추관협착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 통증이 있을 때 고관절(엉덩이 관절)과 척추 부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장골동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엉덩이와 골반,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정도지만 방치하면 피가 통하지 않는 부위의 말단 조직이 썩어 절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진단·치료법은.

“발목과 팔 혈압 비율(ABI)이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하로 낮을 때)일 때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없는 사람의 경우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는 없지만 대부분의 민간 건강검진 패키지에는 팔·다리 혈압 검사가 들어있으므로 체크해 볼 수 있다. 가정에 혈압계가 있다면 윗팔과 발목 혈압을 각각 재서 비교해 봐도 된다. 동맥 협착이 심하지 않은 조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 혈관확장제 등 약물 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증상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동맥 폐쇄가 50%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다. 만약 괴사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 없이 방치하면 1년 안에 절반은 다리를 절단해야 하므로 평소 다리 통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부위가 길지만 수술 위험이 낮은 경우 자신의 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우회로 수술’을 한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우려된다. 이에 국소마취 후 풍선이나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죽종절제술’ 시행 빈도가 늘고 있다.

말초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금연은 필수다. 아울러 기름진 음식 섭취 줄이기, 1주일에 3~4일 하루 30분 이상 자전거 타기·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도움 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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