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도로 건설현장도 ‘스마트 시대’… 드론·홀로렌즈로 척척

[공기업, 현장을 가다] 한국도로공사의 IT 기술 활용법

경기도 여주시 양평-이천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지난 20일 작업자가 ‘사이트 비전’을 사용하고 있다. 사이트 비전은 시공현장과 가상현실(AR)을 중첩해 도로 등이 완공된 모습을 스마트폰에 띄워주는 기술이다. 작업자는 수시로 시공 중간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난 20일 찾은 경기 양평-이천고속도로 제4공구 건설현장에선 양평 지역 종점 터널과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잇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공을 맡은 태영건설의 조성환 팀장이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장비 ‘사이트 비전’ 렌즈를 현장에 비추자 허허벌판이던 공간이 일순간 ‘별천지’로 뒤바뀌었다. 여주시 산북면 양옆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기존 교량 옆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새 교량과 새로 닦일 도로들이 형형색색으로 떠올랐다. 공사가 완성될 현장 모습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것이다. 조 팀장은 “사이트 비전을 사용하면 앞으로 만들 교량의 위치, 필요한 흙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며 “현장에 갓 투입된 초보 작업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도로·터널 건설현장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과거 작업자들이 종이로 된 설계도를 통해 시공상황을 2차원적으로 파악했다면 지금은 드론, 홀로렌즈 등 신기술이 동원되고 건설 현장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도 가세한다. 시공 중간상황뿐 아니라 완성될 건설현장까지 3차원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권기창 한국도로공사 양평이천건설사업단 주감독은 “건설현황 예측 분야는 정보통신(IT) 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최종 종착지”라고 말했다.

‘사이트 비전’의 최대 장점은 앞으로 완공될 현장 모습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트 비전은 터널 이외 밝은 야외현장에 쓰이는 장비다. 현장을 홀로렌즈가 부착된 이 장비로 촬영하면 GPS 수신 과정을 거쳐 시공 전, 중, 후 현장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시공이 된 부분은 빨간색, 앞으로 될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돼 공사 단계별 시공 오차 파악도 가능하다. 설계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디지털 기술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넓은 범위의 현장 파악에는 드론 스캐닝 기술이 유용하다. 이날 31만㎡ 규모의 제4공구 현장 일대 및 강상분기점 촬영을 위해 드론 ‘엔젤스윙’이 등장했다. 작업자가 드론 조작기에서 촬영범위, 속도, 높이, 촬영모드 등을 설정한 뒤 작동 버튼을 누르니 1.9㎏ 무게의 드론이 100m 상공으로 가뿐히 날아올랐다. 별도의 조종 작업 없이도 드론이 알아서 날아가 현장을 촬영하고 복귀하는 시스템이다.

드론 ‘엔젤스윙’은 하늘에 머무는 약 7분 동안 실시간으로 현장을 스캔한다. 강상분기점 일대를 점, 선, 면 데이터로 단계적으로 변환해 3차원 입체 도면화하는 것이다. 작업자들은 드론이 수집한 정보 중 필요한 부분을 걸러내는 후속 작업을 거쳐 최종 3D 도면을 종전 촬영한 도면 위에 덮는다. 시공 상황 전후를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원래 구축된 토지 위에 흙이 얼마나 쌓였는지, 앞으로 얼마나 파야 하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다.

이 드론 스캐닝 작업은 단 2시간이면 끝난다. 과거에는 인력 2명이 사흘간 달라붙어야 완료할 수 있었다. 작업 소요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이다. 드론 스캐닝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날마다 작업을 얼마나 했는지 토공량(흙의 양)을 수치로 산출할 수 있어 시공사들은 작업량을 발주처(도로공사)에 제공할 수 있다. 일에 대한 대가를 객관적으로 치를 수 있는 셈이다.

신기술의 접목은 건설현장의 안전성도 끌어올렸다. 홀로렌즈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페이스맵핑’ 기술이 대표 사례다. 터널을 파다 보면 막다른 면이 나오는 이른바 ‘막장면’이 나온다. 터널 공사 중 발생하는 낙반 사고는 20건 중 19건이 이 막장면에서 발생할 정도로 위험한 구간이다. 작업자들은 터널을 계속 팔지를 굴착면 체크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약한 성질의 지반이라면 터널이 무너져 자칫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디지털 페이스 매핑장비는 이 같은 막장면의 예측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터널 공사현장에서 홀로렌즈 장비 ‘라이다 스캐너’를 막장면에 대면 레이저 수천만건이 장비로부터 발사돼 면들의 거리를 알아서 측정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터널 이면의 암반 형상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3차원 형상을 안정성 평가 항목 시스템에 적용해 후속 공정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 이 3차원 정보는 현장에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사람이 후속 공정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30분가량 위험한 막장면에서 수작업을 해야 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매핑장비를 통해 단 5분 만에 판단을 완료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신기술을 통해 수집된 건설 데이터는 모두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플랫폼에 저장된다. BIM은 드론, 홀로렌즈 등 신기술 장비를 통해 얻은 자재, 공정, 공사비 등 건설 전 과정에서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도로공사의 양평-이천건설 현장은 시공 단계에서 BIM을 적용한 최초 사례다. 권 주감독은 “신기술에 힘입어 작업 효율화가 많이 이뤄졌다”며 “연내 50% 완공,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