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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특수고용직도 보호해야”… 대법, 캐디 사망에 사업주 책임 첫 인정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경우에도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골프 경기보조원(캐디) A씨의 유족이 건국대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건국대 등이 유족에게 1억72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건국대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일했는데 지난 2020년 근무 중 상사 B씨로부터 “뚱뚱해서 못 뛰는 것도 아니잖아. 뛰어”라는 등 외모 비하성 질책을 수차례 당했다. 질책은 다른 캐디 동료들도 함께 쓰는 무전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출근표와 근무수칙 등 자료를 올리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강제로 퇴출당했다. 주변에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던 A씨는 그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건국대는 B씨가 캐디들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 손을 들어주며 건국대와 B씨가 공동으로 1억7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며 “건국대가 B씨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국대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판결도 같았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인 건국대는 골프장 캐디였던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지만 A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지난 17일 확정했다.

유족을 대리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특수고용직과 배달노동자 등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 의무를 확대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도 “다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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