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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가정 학생 급증에 몸살 앓는 美 공교육

영어 못하는 이들 따로 가르치느라
예산 폭증… 기존 학생 학력도 지체

사진=AP연합뉴스

수년 전 카리브해 아이티에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온 샌들라 데지어(13)는 중학교 1학년이지만 아직도 영어를 정확히 읽지 못한다. 메사추세츠주 스터턴의 오도넬중학교에서 데지어가 하루종일 배우는 교재는 미국 어린이용 ‘닥터 수스’ 시리즈다.

데지어처럼 청소년이 되도록 영어 읽기·쓰기를 제대로 못하는 이민 가정 자녀는 미국 도처에 넘쳐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민자 행렬이 밀려들면서 미국 공교육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엄청난 수의 이민 가정 자녀들이 미 전역 초·중·고에 편입하면서 막대한 추가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문맹에 가까운 이들을 가르치느라 특별 학급이나 별도 수업을 편성하면서 기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불법 입국자라 해도 그 자녀는 고등학교까지 공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미 연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올해까지 초·중·고에 새로 입학한 이민 가정 자녀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취업 기회가 많은 대도시와 이민에 관대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 주) 학교들에선 이민 가정 학생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뉴욕과 뉴저지, 메사추세츠,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교육 예산은 다른 분야 예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데지어가 다니는 학교가 속한 스터턴시는 교사를 3754명이나 증원해야 했고 그만큼 인건비도 늘었다. 매사추세츠주는 2022년 10월 이후 260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각 교육구에 이민 가정 학생 교육비로 배정했다.

교육 예산은 이처럼 폭증하고 있지만, 추가 예산 투입 대상인 이민자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거나 낼 수 없는 실정이다. 불법 이민자여서 취직이 안되거나 저임금 상태이기 때문이다. WSJ는 “이민 가정 학생들에게는 직접 교육비뿐 아니라 통학 버스, 트라우마 치료비 등 여러 간접 예산이 배정된다”며 “학생 수가 늘고 교육 예산이 급증하고 있지만 공교육의 질은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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