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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실·여당의 ‘野 연금 제안’ 거부, 이해 안 된다

수년 간 맞섰던 쟁점들, 야권이
다 양보, 더 뒤로 미룰 명분 없다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당리당략

입력 : 2024-05-27 00:30/수정 : 2024-05-27 00:30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대표의 양보로 그나마 정쟁으로 얼룩진 21대 국회의 체면을 살릴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물거품이 될 조짐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논의하자고 내놓은 새로운 제안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협상의 기본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며 민주당의 소득대체율 45%안을 포기하고 국민의힘의 44%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보험료율 13%안과 함께 모수 개혁을 이같이 합의하면 22대 국회에서 기초연금·국민연금 관계 설정 등 구조개혁 작업을 진행하는 게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어제 사흘 남은 21대 국회에서 떨이하듯 졸속으로 처리하기엔 중요한 국정과제라면서 22대 국회 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꾸리고,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대통령실도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모두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는 타협과정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그간 여야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하고 공론화위원회 등을 거쳐 여론조사까지 벌인 합법적인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21대 국회를 건너뛴 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설령 국회 특위를 다시 구성한다 해도 새로운 개혁안을 만들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알 수 없다. 시간만 보내다 2026년 지방선거에 이어 2027년 대선이 닥치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 것인가.

막바지에 한쪽이 최종 양보를 했는데 다른 이유를 대는 건 협상의 기본도 모르는 차원을 넘어 헌법기관으로 국회의 신뢰를 짓밟는 짓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죽 답답했으면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44%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모수개혁에서 양당의 공식적 이견은 없어진 셈”이라고까지 설명하고 나섰겠는가.

여권이 합의를 거부하는 건 야당이 국민연금을 채상병 특검법 등 정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이 이 대표의 국민연금 대타협 드라이브에 정국 주도권을 뺏기는 걸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추측까지 난무한다. 이런 게 사실이라면 정작 국민의 민생은 안중에 없고 당리당략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모처럼의 기회를 외면한다면 연금 개혁을 무산시켰다는 역사적 책임의 화살은 누구로 향할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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