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세제·금융 지원 주력… 구체적 방안 빠져 졸속 우려도

저금리 대출 받아 투자비용 절감
메가클러스터 공사 절차 간소화
보조금 통한 직접 지원엔 선그어

최상목(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 참석해 발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부가 23일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은 금융지원에 방점을 뒀다. 보조금 지급을 통한 직접 지원보다 세제·금융 지원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투자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17조원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반도체 투자자금을 시중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아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지원한다. 다만 구체적인 출자 규모와 방식은 협의 중이다.

1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는 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 중이었으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3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모두 소부장 기업 지원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으로 건설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개발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차례로 진행하면 착공까지 7년 이상이 걸린다. 정부는 계획 수립과 보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해 착공까지의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2026년 말 부지 조성 공사에 착수해 2028년 말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2030년 말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와 가까운 국도 45호선은 8차로로 확장하며 이설한다. 용수와 전력 공급은 사전 절차 간소화로 해결한다.

정부는 올해 말 일몰되는 반도체 통합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연장도 추진한다. 반도체 기업은 사업용 설비와 시설 등 투자금액에 대해 중소기업은 25~35%, 중견·대기업은 15~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R&D 세액공제 항목에는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구입비 등을 추가한다.

5조원 이상의 재정 지원은 R&D와 인력 양성에 집중한다. 지난 3년간 3조원 수준으로 이뤄지던 지원을 향후 3년간 5조원까지 늘린다. 첨단 패키징, 미니팹 구축 등 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도 마무리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다.

다만 정부는 이날도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세제지원 혜택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유인책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제조 역량을 갖춘 나라에서는 세제지원이 보조금 성격”이라며 “이번 방안을 준비하며 업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인프라 지원 요구가 더 강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큰 지원 규모에 ‘졸속 정책’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본 등의 보조금 지급을 의식해 급하게 지원 규모를 확대하면서 구체적 방안이 빠진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다음 달 중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8월 중 시스템반도체 성장전략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