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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받고 여럿에게 행복 주는 건 음료뿐이죠”

음료 연구 30년 매진 김미정 웅진식품 중앙연구소장

김미정 웅진식품 중앙연구소장이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 연구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까지. 출시 25년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사랑받는 음료계의 대표 스테디셀러를 만든 이가 있다. 1995년 웅진식품에 입사해 30년간 음료만 연구한 중앙연구소장 김미정 이사(52)를 지난 16일 서울 금천구 웅진식품 중앙연구소에서 만났다.

김 소장은 2015년 주요 식품기업에서는 여성 최초로 연구소장직에 올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년 전에 팀장을 맡았을 때도 업계에 여성 팀장이 없었어요. 직원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내년이면 소장 취임 10년차가 되는데 자부심도 느끼지만 어떻게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까 늘 고민입니다.”

김 소장은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으로 아침햇살을 꼽았다. “지금은 좋은 분쇄 기계가 있지만 초창기 개발 과정에선 직접 쌀을 손으로 빻아서 테스트했어요. 당시에도 기계가 있긴 했지만 고장이 잦아 회사에 계속 고쳐달라고 하기가 미안하더라고요. 변질을 막기 위한 미생물 제어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하루에 수십번씩 밥을 짓고 쌀을 볶는 등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침햇살은 수출 효자 상품이 됐다. 베트남 현지에서 프리미엄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수출을 시작한 이래 500㎖ 기준 누적 1억1000만병이 팔렸다. 탄산음료들보다 5배 이상 비싼 가격인데도 지난해에만 1300만병이 판매됐다. 웅진식품은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국내 출시된 ‘아침햇살 옥수수’의 현지 시음회를 가지는 등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에서 아침햇살의 인기는 한인 마켓이 아닌 로컬 마켓을 통해 이뤄진 결과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베트남에선 학교 내에서 탄산음료 판매와 광고를 금지할 정도로 건강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식사 대용으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맛도 좋아 가족 음료 제품으로 자리 잡았어요. K푸드의 안정성과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식음료 업계의 메가 트렌드는 단연 ‘제로’다. 웅진식품은 지난 2월 ‘초록매실 제로’, ‘자연은 알로에 제로’에 이어 3월 ‘자연은 더 말린’ 배·리치 제로 제품을 출시했다. 다양한 찻잎과 과일, 허브를 혼합한 블렌딩티 브랜드 ‘티즐’도 제로로 선보였다. 김 소장은 원물의 특성을 파악해 과즙을 그대로 담으면서도 제로 칼로리를 구현하는 기술이 웅진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웅진식품 연구원이 농축액을 만들고 있다. 윤웅 기자

“저희 제로 제품이 타사와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당을 빼지 않는 기술’이예요. 과일 원물은 당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맛과 영양소는 추출하면서도 당이 빠져나오지 않게 제로 칼로리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최대 난제였습니다. 자연스러운 단맛과 향미를 구현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더 말린’의 경우 원물과 대체감미료의 최적 조합, 말린 과일 추출을 통한 당 제어 기술 개발, 수백번의 테스트 등 3년여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출시 4년을 맞은 티즐은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한국인이 즐기는 녹차나 홍차를 이용한 음료를 개발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어요.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스티 대신 과일 맛을 가미하면 건강에도 좋은 차 음료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소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웅진도 흐름에 발맞춰 유기농 보리로 만든 하늘보리를 내놨다. “유기농 보리는 원료 자체가 기존 보리와 맛·크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유사한 맛을 낼 수 있도록 로스팅하고 추출하는 연구를 거쳤어요. 음료 전 카테고리에서 제로 콘셉트에 맞춰 다양한 시도와 연구 개발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웅진의 대표 음료격인 아침햇살도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침햇살은 쌀과 현미가 주재료인 음료인데 성분 대부분이 탄수화물인 쌀에서는 고유의 당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로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궁극적으로 ‘아침햇살 제로’ 개발도 도전 과제예요.”

웅진식품은 기능성 단백질 음료 ‘솔브앤고’도 4종 출시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자두 음료 ‘푸룬 부스터’도 편의점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내년에도 건기식에서 기능성 제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어요. 특히 천연 재료로 만든 푸룬 부스터는 지난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해 다이어트로 변비에 많이 걸리는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파일럿 플랜트 장비를 이용해 제품 개발 테스트를 하는 모습. 윤웅 기자

연구소에서는 ‘815 콜라’도 만날 수 있었다. 1998년 ‘콜라 독립’을 광고 문구로 쓰면서 콜라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렸지만 양대 콜라에 밀려 지금은 소량 생산돼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815 콜라는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제로 콜라의 경우 맛을 대폭 개선하고 가격도 저렴해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한때 콜라 시장 2위 자리를 놓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던 국내 브랜드를 사장시키지 않고 유지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생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워킹맘’ 김 소장에게는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둘째 아들이 강원도 군 부대에서 복무하던 때 티즐을 마시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해 뿌듯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울컥했어요. 일을 핑계로 면회를 자주 못 가봤거든요. 지금도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웅진 음료 개발의 산실인 중앙연구소에는 각종 분석 장비와 연구 설비가 가득했다. 김 소장은 신제품 개발과 품질 관리, 안전성 검사를 총괄하고 있다. 연구소에는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를 분석해 과채·탄산 음료를 개발하는 개발 1팀, 차류·어린이 음료를 개발하는 개발 2팀, 건강기능식품·홍삼 음료를 개발하는 개발 3팀이 함께 일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장비는 음료 생산 공장을 10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파일럿 플랜트’였다. 음료 제품을 공장에서 본격 생산하기에 앞서 똑같은 과정을 거쳐 샘플 음료를 만들어 사전 테스트해보는 설비다. 배합탱크에선 농축액이 섞이고 있었고, 제품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미생물 테스트도 한창이었다.

김 소장은 지금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 새로운 음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 가장 재밌다고 한다. “요즘 2000~3000원으로 행복을 줄 수 있는 게 음료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만원짜리 한 장으로 밥을 사 먹기도 힘든데 음료수는 여러 개 사서 나눠 먹을 수 있으니까요.”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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