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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력은 옛말 전세계가 턱밑 추격중

천문학적 투자에 자칫 역전 우려


정부가 23일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으로 불붙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한 한국 기업이 자칫 국가 차원의 지원에 밀려 경쟁국가 기업에 뒤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업 유치를 시작으로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인텔, TSMC, 마이크론 등에 328억 달러(약 44조9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4조엔(약 3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기금을 마련해 투자 유치에 나섰다. 구마모토현의 TSMC 1·2공장 건립에 최대 1조2000억엔(약 10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있는 대만은 반도체산업 분야에 2027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에 1420억 달러(약 194조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지원을 위한 270억 달러(약 37조원)의 자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제조 역량을 키우기 위해 430억 유로(약 63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의 유럽 반도체지원법을 시행 중이다.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10%가량으로 미국에 이어 2위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가별 반도체 기업의 시가총액을 보면 한국 기업은 미국과 대만뿐 아니라 중국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 경쟁력이 그만큼 높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경쟁 구도는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미국 마이크론은 61억 달러(약 8조3900억원)의 미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HBM 기술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장을 최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HBM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인텔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 매출 1위에 올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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