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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전 세계 수도 콘서트가 꿈”

유튜버, 스키선수, 청능사 출신 뭉쳐
청력 달라 연습 난관… 보조기기 도움
“세상에 나와줘서 고마워” 댓글 뭉클

지석(왼쪽부터), 현진, 찬연 등 빅오션 멤버들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웅 기자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데뷔 한 달을 맞았다. 빅오션은 청각장애가 있는 멤버 3인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날에 디지털 싱글 ‘빛’으로 데뷔한 이들은 ‘최초’ 타이틀을 여럿 만들어내며 의미 있는 도전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빅오션 멤버(박현진, 이찬연, 김지석)들에게 데뷔한 지 한 달이 된 소감을 묻자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지석은 “저희가 하는 활동들이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라오는데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 기대해주시는 만큼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아이돌 준비를 시도하기도 쉽지 않은데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원래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학생 유튜버였던 현진과 서울시 장애인스키협회 선수로 활동하던 지석, 대학병원에서 청능사(청각 재활 관련 전문가)로 근무하던 찬연까지. 세 사람은 K팝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저 호기심으로 춤을 잠깐 배워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전부였던 이들이지만, 관심이 있던 예술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멤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진은 “청각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크리에이터로 활동했었는데. 아이돌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 역시 그때의 제 취지와 같다고 생각했다”며 “더 넓은 영역에서 더 많은 분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석은 특수학교에 다닐 때 방탄소년단 RM의 기부로 타악기를 접해보고 춤도 춰보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며 “RM의 선행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제 롤모델은 RM”이라고 강조했다.

춤과 노래, 수어를 연습해 무대에 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세 멤버 모두 인공와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건 전혀 무리가 없었지만, 정확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고 박자와 동선에 맞춰 춤까지 추는 건 다른 일이었다. 각자 인지하는 소리의 정도가 달라서 춤을 추며 박자를 맞추는 게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현진은 “청력에 따라 박자를 서로 인지하는 게 달라서 합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항상 영상 촬영 후 모니터링을 한다”며 “어렵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완벽해지더라”고 말했다. 연습할 땐 박자를 맞추기 위해 빛과 진동을 이용한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는다.

빅오션의 활동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장애로 인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깨트린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며 축하하기도 했다. 그래서 빅오션의 목표는 장대하다. ‘빛’의 안무에 수어를 넣은 것도, 한국 수어뿐 아니라 미국 수어에 국제 수화까지 배우고 있는 것도, 모두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찬연은 “수어는 가사나 춤 외에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우리 그룹의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빅오션은 “팬덤 이름이 ‘파도’인데 전 세계에 퍼져있는 파도들을 만나기 위해 각 나라의 수도에서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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