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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장 바꾼 삼성 ‘대변혁 소용돌이’… 사업 재편 신호탄

[스토리텔링 경제] 위기 돌파 ‘쇄신 칼바람 ’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失期)가 수면 아래 있던 ‘삼성 위기론’에 불을 지피면서 삼성에 쇄신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삼성물산 경영 복귀를 신호탄으로 임원 주6일 근무제 확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긴축경영, 반도체 ‘기술통’(전영현)과 ‘전략통’(김용관)의 원포인트 교체 인사까지 쇄신의 강도와 범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삼성은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충격 요법’으로 극복한 전례가 있어 최근의 변화상을 보면 삼성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쟁 중 장수 교체한 JY


삼성전자가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강수를 둔 것은 배경을 떠나 그 자체로 극히 이례적이다.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에도 한두 차례 뿐이었고,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2일 “이 회장 측에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결국 이 회장의 결단이 작용한 인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쇄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선호했던 이 회장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통념을 깬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HBM 실기로 인해 SK하이닉스의 ‘추격자’ 신세로 전락한 데 있다. 하지만 속내는 경영 실패 책임을 명분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반도체 수장 체급 높이기를 비롯한 인적 쇄신 물꼬를 틀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계현 사장의 경우 용퇴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 HBM 오판은 경 사장의 책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전임인 김기남 부회장 때의 일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사장급이 아니라 기존처럼 부회장급이 반도체를 맡아야 나머지 사업부장을 통솔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계 구도로 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많았던 건 사실이다. 삼성 전직 고위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권오현 부회장을 이을 차기 반도체 수장으로 대다수가 예상했을 정도로 실력 있는 반도체 전문가라서 김 부회장 다음에라도 DS부문장을 했어야 맞다”면서 “이번 깜짝 인사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시지탄’”이라고 평했다. 전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삼성 출신의 또 다른 관계자도 “경 사장은 섬세하고 부드럽고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면서 기술적으로도 강하지만, 파괴적 결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전 부회장은 LG 출신으로 소위 말하는 ‘굴러온 돌’이었지만 삼성전자 D램 경쟁력이 뚝 떨어졌을 때 위기 탈출을 성공적으로 했고 삼성SDI에서도 배터리 구원투수로 역할을 해낸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이 회장의 신뢰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자의 특장점을 살리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한 인사로 풀이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드맨’ CEO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과거와 다른 조직문화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40대 중반의 한 직원은 “예전보다 반도체 기술 개발 주기가 확연히 짧아진 상황에서 업계를 몇 년 동안 떠나 있었던 점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부활?


이번 인사에서는 반도체 수장 교체 외에도 김용관 전 미래전략실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있다가 정현호 부회장 휘하의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반도체부문으로 복귀한 점이 눈에 띈다. 삼성 한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내부에서도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으로 통했던 인물이라서 사실상 과거 미전실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 복귀가 어떤 의미일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송사에 휘말리면서 후선으로 밀려나 있다가 이번에 핵심 보직으로 돌아온 경우다. 다만 그는 아직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판을 받는 중이다.

과거 미전실 이상의 기능을 하는 컨트롤타워가 부활할지는 삼성뿐 아니라 재계의 최대 관심사다. 이미 사업지원TF가 일부 기능은 하고 있지만 조직을 공식화하고 더욱 힘을 실어줄 필요성에는 안팎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기술쟁이’(전영현)와 ‘장사꾼’(사업지원TF) 사이의 경영 엇박자를 해소할 적임자로 김 부사장이 원대 복귀했다는 말도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린 셈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투자 분야에선 ‘빠꾸미’(전문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라서 정 부회장이 다시 불러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

이례적인 5월 인적 물갈이로 충격파를 던졌지만 앞서 삼성에서는 지난 연말 ‘퇴직자의 꽃’으로 통한 상근고문제 대폭 축소를 시작으로 임원 주6일 근무제 확대와 네트워크사업부 고강도 긴축경영 등 다방면으로 구조조정이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에 이 사장의 갑작스러운 경영 복귀 자체가 대변혁의 갈림길에 선 삼성에 견제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올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사장의 컴백이 그 시작점 같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구조조정은 1998년 외환위기(2800명) 때가 유일하다. 그 외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7~2008년에 1300여명, 반도체 불황이던 2015년 약 2500명의 인력이 급격히 줄었었다. 위기 상황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혜원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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