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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동 멘토링 교회 청년들… “이젠 친형제·자매 같아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전주 바울교회

지역 보육원 아동을 대상으로 멘토링 활동을 펼치는 바울교회 관계자들이 최근 전북 전주의 교회에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원 부목사, 최미영씨, 신현모 목사, 홍민호씨, 이준영 부목사. 바울교회 제공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전주 바울교회(신현모 목사)는 다른 교회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교구 이름이 있다. 오대양 육대주를 섬긴다는 의미로 장년부 교구 이름을 ‘아시아 교구’ ‘아메리카 교구’ ‘유럽 교구’ 등으로 지었다. 영국의 종교개혁자 존 웨슬리가 주창한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선포에서 비롯된 이 교회 비전과도 일맥상통한다.

장년부뿐 아니라 청년부 소그룹 명칭도 ‘땅 지기’(리더) 이름을 따서 정했다. 이외에도 10개 사역팀이 있는데 이 가운데 땅에 속하지 못하는 섬(Island)처럼 연약한 영혼을 돌본다는 뜻을 가진 ‘섬두레팀’이 있다. 지역 내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팀인데 현재는 지역 보육원 아동을 대상으로 1대1 멘토링 활동에 주력한다. 교회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곁을 내어준 것이다.

최근 전북 전주 바울교회에서 섬두레팀 담당 교역자와 청년들을 만났다. 10년 이상 소외이웃 돌봄 활동을 이어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곁’을 내어준 교회 청년들

지난해 7월 바울교회 청년들이 '섬김 축제'에서 보육원 아동들에게 삼겹살을 구워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바울교회 제공

팀 사역은 2013년 교회 부교역자 자녀들을 교육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후 지역 내 취약아동을 섬기는 사역으로 발전하면서 보육원 아동 멘토링, 공부방 운영, 독거노인 방문 등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지고 담당 교역자 교체와 청년들의 상황 등으로 사역 방향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후에는 지역 보육원 아동을 위한 멘토링 활동에 집중했다.

2016년부터 보육원 멘토링 활동을 하는 홍민호(39)씨는 “부교역자가 주말에 사역하다 보니 이들의 자녀는 오히려 부모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며 “청년부원들이 이들과 놀아주고 교육 활동을 했는데 이들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내 아동들의 돌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들과 방과후 활동을 하거나 교회에서 운동, 게임 등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역으로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보육원 멘토링은 2015년부터 9년간 이어지고 있다. 교회 청년들은 보육원 아동과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1대1 매칭을 맺은 뒤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며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14명의 청년이 참여 중이다.

교회는 청년들이 이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재정을 보탠다. 멘토링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밴드)에 활동 내용을 공유하며 소통한다. 사역팀은 지역 보육원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교회 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인내, 마음의 문 여는 열쇠

그럼에도 멘토링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하며 정에 목말랐던 아동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청년들은 인내하며 기다렸다.

팀장 최미영(28)씨는 2018년 여섯 살배기 여아와 멘토링을 시작했다. 1년간 말을 안 하는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홍씨로부터 “더 자주 방문하라”는 조언을 듣고 한 달에 두세 차례 보육원을 방문했다. 최씨는 “1년이 지나니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며 “지금은 그 아이가 열한 살 소녀가 됐는데 현재는 저와 가족 같은 사이다. 대부분 주말에 만나서 축구 관람, 게임 등을 하며 관계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보육원생과 멘토링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보육원생은 어느덧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자 대학생이 됐다. 홍씨는 “멘토링한 친구는 보육원을 퇴소해 독립해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 시기의 여느 청년들이 겪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멘토링이 주는 특별한 선물

2022년 홍민호(마스크 쓴 이)씨가 보육원 학생들과 멘토링을 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바울교회 제공

섬두레팀 사역을 총괄하는 이준영 부목사는 “섬두레팀 사역은 청년부에서 인기 있는 사역이 아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사명감으로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회 내외적으로 눈에 띄는 활동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청년부 사역을 받치는 기둥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돌봄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원 부목사도 “세상에서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일상에서 살아낼 때 가능하지 않나 싶다”며 “청년들이 교회에서 배운 말씀을 밀도 있게 적용하는 게 멘토링 사역이다. 멘티뿐 아니라 멘토도 함께 성숙해지는 유익함을 누린다”고 전했다.

지역 내 자립준비청년 품는 교회

바울교회는 국민일보와 삼성이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자 공동 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의 멘토링 사업 ‘디딤돌가족’에 참여한다. 이 목사와 박 목사, 홍씨 등 교회에서 자원한 10명은 다음 달부터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심리 영역 멘토로 나선다.

신현모 목사는 “국민일보가 캠페인을 제안했을 때 그동안 교회가 이미 지속하고 있는 사역이었기에 너무나 행복했다”며 “자립준비청년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은 주님께 하는 일이자 교회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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