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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0번째 거부권… 정국 격랑 속으로

‘채상병 특검법’ 국회로 돌려보내
삼권분립 위반 등 3가지 사유 제시
野 “대국민 전쟁 선포” 강력 반발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을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정치공세 목적의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거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대국민 전쟁 선포”라며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열 번째 거부권 행사로 21대 국회의 마지막과 22대 국회의 시작은 여야의 정면대치 상황에서 맞게 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먼저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사유를 제시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며,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법안 처리 과정과 특검 후보 추천 구조를 반헌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했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여야가 수십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특검 법안은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한다”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한다”고도 지적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특검 후보로 추천한 변호사 4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2명을 고르고, 윤 대통령은 이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에 대한 임명권이라는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침해해 위헌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이미 수사 중이라는 점도 거부권 행사 사유에 담겼다. 정 실장은 야당을 향해 “공수처의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특검 선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점,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한 점 등은 수사 공정성·중립성 문제로 지적됐다. 정 실장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라며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예고된 거부권 행사에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총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윤 대통령과 정권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인 우원식 의원도 “(22대 국회에서) 국민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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