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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사망에… 하메네이 아들, 차기 최고지도자로 급부상

막후 실력자 모즈타바에 관심 쏠려
“세습하면 체제 유지 어려워” 지적도
美정부, 이란 대통령 사망 공식 애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후계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라이시 대통령의 독주로 일찍이 경쟁에서 밀려났던 이들이 다시 잠재적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 ‘신의 신호’라는 뜻의 최고지도자 칭호 ‘아야톨라’를 거머쥘 인물과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다툼이 펼쳐질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CNN 등을 종합하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5)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5)가 현 시점에서 최고지도자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평가된다. 강경 보수 성향의 엘리트 성직자 겸 정치인인 모즈타바는 정계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아버지 후광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습’이라는 점 때문에 모즈타바가 실제 후계자로 낙점될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치전문가 모하마드 알리 샤바니는 “최고지도자가 세습 체제로 바뀐다는 것은 혁명으로 이룩한 체제가 무너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세습 통치를 종식시켰는데, 성직자의 세습 통치가 시작된다면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메네이 역시 지난해 “세습 정부는 비이슬람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려면 자신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 이란에선 종교계 요직 경력이 최고지도자의 필수 자격으로 여겨지는데, 모즈타바에게 이 같은 경험이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면 정계 엘리트 내부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즈타바의 경쟁자로는 보수 성향의 고위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67)가 거론된다.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인 아라피는 이란 교계와 정계 모두에서 덕망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직선제로 선출되는 4년 임기의 대통령 후보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현 대통령 직무대행)이 꼽힌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보궐선거일을 다음 달 28일로 확정했다.

대통령이 사고사를 당했지만 최고지도자가 건재한 만큼 당장은 질서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메네이는 엑스(옛 트위터)에서 “국민은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가 85세로 고령인 만큼 후계 질서 확립은 시급한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명령을 집행하는 위치여서 (대통령 유고로 인한) 국가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라이시를 대체할 인물이 없어 이란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라이시의 헬기 추락사에 대해 국무부 차원의 성명을 내고 공식 애도를 표했다. 미국은 1979년 이후 이란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상태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헬기 추락의 원인으로 ‘기술적 고장’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자국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이번 헬기 추락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고 반박했다.

송태화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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