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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호랑이’ 공정위?… 신고 사건 10년 만에 ⅓로 ‘뚝’

솜방망이 처벌·플랫폼법 무산 등 ‘위상 저하에 피해자들 외면’ 분석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접수된 사건이 10년 사이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불공정 행위를 당한 민원인들이 이전만큼 많이 공정위를 찾지 않았다는 뜻이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부르는 연간 과징금 규모 감소, 지지부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등 추락한 공정위 위상에 민원인들도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21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3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는 2554건의 사건을 신규 접수했다. 이 중 피해자가 직접 피해 조사를 요청한 ‘신고 사건’은 1078건으로 분류된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수치다. 10년 전인 2013년(2920건)과 비교하면 36.9% 수준에 불과하다. 신고 사건은 2012년 역대 최대인 3020건을 기록한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인 가맹점 물품 강매 등 ‘거래상지위남용’의 경우 지난해 신고 건수는 42건이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9년 70건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담합 등 ‘부당공동행위’ 신고 사건도 지난해에는 62건으로 줄었다. 직전 3년간 평균 90건을 넘겼던 것과 대비된다. 허위광고 등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 사건 역시 2019년 212건에서 지난해 62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신고 사건 감소세는 매년 비중이 늘고 있는 분쟁조정제도가 일부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식 사건 접수 대신 분쟁조정 기구를 거치는 사례가 늘면서 자연스레 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신고 사건 감소 이유가 분쟁조정제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 환경이 개선돼 신고할 사건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공정위에 신고하기를 꺼리는 당사자가 늘어나서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신고 없이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하는 직권인지 사건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직권인지 사건은 1476건으로 2018년(1747건) 이래 가장 많았다. 이 중 부당공동행위 사건은 127건을 기록하며 2021년(44건), 2022년(53건) 대비 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곳곳에서 힘 빠진 모습을 노출한 공정위의 행보가 신고 감소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가 핵심 입법 과제로 내건 플랫폼법은 업계 반발과 통상 우려에 밀려 전면 재검토에 돌입한 상태다. 법 위반에 대한 제재도 이전보다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공정위의 고발 건수는 39건에 그쳐 2020년부터 4년 내리 40건 미만에 머물렀다. 2년 연속으로 80건을 넘겼던 2018~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과징금 부과 금액도 3916억원으로 전년 8224억원의 절반 미만이었다. 대조적으로 ‘솜방망이 제재’에 속하는 과태료 처분은 282건으로 늘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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