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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약이 된 ‘秋 낙선’… 당 장악력 키우며 연임 길 닦기

경선 결과 반발 당원 달래기 명분
권리당원 권한 강화에 탄력 붙어
8월 전대 李 연임론 힘 실릴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웅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패배가 이재명 대표 체제에는 도리어 ‘약’이 되는 분위기다. 경선 결과에 반발하는 당원들을 달랜다는 명분으로 권리당원 권한 강화에 탄력이 붙으면서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당 장악력도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최근 호남·충청 당원을 만나 ‘당원권 강화’를 공언한 뒤 21일 곧바로 2026년 지방선거에서 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광역의원·기초단체장 후보를 결정하는 시도당위원장 선출 과정에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현재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50대 50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권리당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권리당원 1인당 표 가치가 대의원 1인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에 투표 반영 비율을 조정해 권리당원들의 표에 비중을 더욱 싣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표 비중을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조정했다. 권리당원 표 가치를 3배 이상 높인 것이다. 시도당위원장 투표 반영 비율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아직 (투표 반영) 비율을 확정하진 않았다”며 “호남과 영남의 당원 수 (차이)가 커 호남은 대의원 5%대 권리당원 95%를 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 부분의 밸런스를 맞춰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의원은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의사를 10% 이상 반영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정을호·윤종군 등 당직자 출신 당선인들은 전당대회를 ‘전국당원대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방선거 후보 선출 시 당원 참여 경선을 보장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전날 고위전략회의에서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면서 이 사안에 열의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도 당원권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번에도 당원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당원 이탈’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권 강화는 결국 이 대표의 당 장악력 견고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리당원 중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다수 포진해서다. 민주당 당원 약 250만명 중 권리당원은 150만명 안팎으로 분석된다. 당장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박지원 당선인은 지난 20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의 연임에 초록불이 켜졌다. 탄탄대로가 깔렸다”고 했다.

다만 전 국민을 대의하는 대표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심’에만 얽매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영 정치가 더욱 극단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 연찬회에서 “팬덤정치의 폐해가 생겨 진영의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수박’으로 부르고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긴다.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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