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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반자본’ 입에 달고 사는 北… 골프복·신발엔 ‘나이키’ 로고 선명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 선수들 착용
진품 확인 못해… 고위층 밀수 가능성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지난 7~9일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참가자들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오른쪽 붉은 원)와 신발(왼쪽 붉은 원)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경기 장면. 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반미’ ‘반자본’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정작 평양에서 열린 골프대회에서 미국의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 용품이 다수 발견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1일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지난 7~9일 개최된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바지와 신발 등을 입은 선수들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경기 영상을 보면 골프채를 휘두르는 한 남성의 바지 주머니 아래에 나이키 로고가 있었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 보도한 사진에도 티셔츠, 바지, 신발 등에 나이키 로고가 새겨져 있다.

스포츠 장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270호에 따라 북한으로 이전을 금지한 사치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나이키 용품이 북한으로 수출됐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 고위층이기 때문에 이들이 해외를 드나들며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RFA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고위간부와 엘리트들이고 그들은 사치품을 북한으로 들여올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들이 착용한 의류가 나이키 정품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이 ‘반미’를 내걸고 러시아·이란·니카라과 등 우방국들과 ‘반미연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대표 브랜드가 북한 내에 공공연하게 내비치는 것 자체가 시선을 끈다. 북한은 청바지의 경우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각종 매체의 영상에서 노출 부분을 흐릿하게 처리해 왔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반미’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유명 브랜드를 불법 도용하거나 고위층이 밀수한 해외 사치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4월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한 봄철 의류전시회에서는 미국 디즈니의 캐릭터 ‘랏소베어’가 그려진 티셔츠가 포착돼 디즈니가 “우리는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침해 의심 보고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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