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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산’ 아래 홍어 뛰어놀던 검푸른 바다

신안 ‘흑산도 명물’ 칠락산·홍어

칠락봉에서 항구·섬 한눈에 조망
전문 기술·요령 필요한 홍어썰기

전남 신안군 흑산도 칠락봉 정상석 너머로 흑산도항과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는 산도 많다. 상라봉, 칠락산, 문암산, 선유봉, 옥유봉 등 섬 전체를 산이 보호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데다 접근성이 좋은 상라봉이 인기다. 가벼운 트레킹을 한다면 칠락산을 빼놓을 수 없다. 흑산도의 메인 항구인 예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칠락산(272m)은 흑산도 진리마을 뒤편 남쪽에 있는 나지막한 바위산이다. 예리와 진리를 감싸고 있는 진산(鎭山)이다. 예리항에서 바라보면 일곱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흑산도를 찾는 많은 여행객이 오른다. 정상 능선은 흑산도 예리·진리마을 풍경과 흑산군도의 아름다운 조망을 지녔다. 산행은 예리항구에서 시작해 고갯마루에서 4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고 능선 안부를 타고 진리를 거쳐 예리항구로 다시 내려가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예리항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동부면 쪽으로 가는 도로로 접어든다. 영산도로 가는 작은 포구의 옆 도로를 지나 약 700m 커브길을 걸어가서 오른쪽 목재데크길을 따라 오르면 칠락산 산행이 시작된다.

우거진 상록수림의 숲지대를 잠시 오르면 샘골, 큰재로 향하는 이정표가 서 있는 곳에 도착한다. 동쪽을 바라보면 멀리 우이도가 아련하게 보이고 영산도가 바로 앞으로 보인다. 길을 오르면 빨간색과 하얀색 페인트로 칠한 ‘칠락산은 어머니 산’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서 있는 제1봉(칠락봉)에 닿는다. 샘골에서 1시간쯤 걸린다. 멀리 문암산의 봉우리들과 반달봉·상라봉의 줄기가 길게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그림 같은 예리항의 풍경과 그 너머로 다물도, 대둔도가 조망된다.

제1봉 안내판에는 칠락산의 유래가 실려 있다. ‘1989년 흑산도에 거주하던 문장들이 흑산팔경을 지정하고자 산세 지형을 찾아 흑산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칠락산에 올랐다. 느지막이 산에 올라 멀리 보이는 석양 속에서 어선들이 예리포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넉넉하고 평화로워 범어귀포(帆漁歸浦) 행렬에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흑산을 유완(遊玩)하니 선경이 여기구나 하며 맨바닥에 주저앉아 평했다. 흑산도의 옛 선인들은 이곳에서 인간세상의 칠정(七情)을 내려놓고, 세상에 깃든 칠정(월·화·수·목·금·토·일)의 자연계와 함께 북두칠성과 사단칠정을 노래하며 예찬했다. 이러한 절정을 즐거움에 빗대어 이곳에는 일곱가지 즐거움이 있다. 하여 칠락산(七樂山)이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지나 제5봉을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흑산면사무소가 있는 진리다.

흑산도 홍어썰기학교.

흑산도의 명물은 홍어다. 지느러미에 가시가 있고, 색깔도 검붉은 윤기가 나며 살은 탄력이 넘치며 맛도 찰밥같이 찰지다고 한다. 흑산도 사람들은 날 홍어를 즐겨 먹는다. 홍어의 유명세 못지않게 홍어썰기학교도 관심이다. 홍어 써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다. 기존에 통째로 팔던 홍어를 소비자들이 먹기 좋게 손질해 팔면서 홍어를 해체하는 홍어 썰기 기술자가 필요해지면서 시작됐다. 2020년부터 신안군 관광협의회 흑산지회 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홍어 수요 증가와 지역주민들의 소득 창출을 위한 수산물 판매촉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안군은 실습용 홍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수업료도 받지 않는다. 수업은 홍어 숙성, 썰기, 포장방법 등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홍어썰기 전문가의 시범.

‘홍어 써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홍어를 자르는 순서와 칼을 넣는 방법, 써는 방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결을 따라 각을 잡고 썰어내려면 순서도 지키고 요령도 따라야 한다. 한 마리를 손질하는 데 전문가는 40분,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2~3시간 걸린다.

이른 아침 흑산도 위판장에서 펼쳐지는 홍어 경매 모습.

수강생 상당수가 식당 주방장 수준의 ‘프로’인데도 교육과정만 6개월이다. 흑산도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들은 목포에서 배로 2시간 걸려 와야 하지만 불편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잘 썰어낸 홍어는 보기에도 좋고 식감도 더 좋다. 전문적으로 써는 이들은 마리당 2만~3만원을 받는다. 흑산도에는 연봉 8000만원이 넘는 ‘홍어 썰기 달인’도 있다.



흑산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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