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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항공 사고 음모론

손병호 논설위원


요인들이 탄 항공기가 추락해 숨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오는 게 음모론이다. 사고 특성상 탑승자 전원이 죽는 경우가 많아 사고 당시를 증언할 사람이 없고, 공중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해 목격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행체가 크게 부서져 원인 규명이 더딘 것도 음모론을 키운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용병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숨졌을 때도 음모론이 나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한테 반기를 든 지 두 달 만에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사했다. 푸틴의 암살설부터 미사일 오폭설, 사망을 위장한 도주설 등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2010년엔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카틴 숲 폴란드인 학살 사건’ 추모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로 날아가다 추락해 사망했다. 반러 성향인 그를 없애려고 러시아가 죽였을 것이란 얘기와 자국 내 반대파 소행이라는 소문도 있었으나 8년 뒤 폴란드 정부는 기체 내부 문제가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린뱌오 전 중국 부주석도 음모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마오쩌둥에 이어 2인자였으나 1971년 쿠데타를 기도했다가 발각돼 해외로 망명하려고 비행기를 탔다가 고비사막 근처에서 추락사했다. 사고 당시 중국이나 소련이 격추시켰다는 설이 파다했다. 훗날 조종 실수라는 몽골 정부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항간엔 그가 추락 뒤 살아남았다는 주장이나 심지어 북한 망명설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자국 내 헬기 추락 사망 사고를 놓고서도 이스라엘 암살설, 자국 내 정적 소행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이 20일 ‘기술적 결함’이 원인이라고 발표했으나 음모론이 잦아들지 지켜볼 일이다. 항공기 사고는 지나고 나면 기체 결함이나 조종 실수 등으로 규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칫 사고 당시의 흥분된 감정과 억측으로 국내외 정세가 악화되거나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일이 생겨선 안 될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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