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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2인자’ 라이시 사고사로 중동 혼란 가중될 듯

후계 놓고 반정부 여론 분출될 수도
하마스 등 대리세력 통제 유지 관심
이란과 협상하던 美, 상황 예의주시

19일 헬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국영 IRINN방송이 20일 공개한 헬기 추락 전 라이시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다. 후계 문제를 놓고 권력투쟁이 격화되거나 ‘히잡 시위’ 유혈진압 이후 2년간 잠재됐던 반정부 여론이 다시 일어난다면 국정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란과의 오랜 대립에도 물밑 협상으로 접점을 찾아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란 안팎의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라이시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사고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지난달 이란과 이스라엘의 상호 보복 공격이 벌어졌을 때도 중재국 외교 채널을 통해 확전을 억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특히 라이시 사후 미국에 놓인 최대 위협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지목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인 2015년 ‘포괄적공동계획(JCPOA)’에 따라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유엔, 유럽연합(EU)과 함께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하지만 JCPOA는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됐고, 4년 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복원이 추진됐으나 협상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중재국 오만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중동 위기 완화를 논의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NYT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지, 아니면 핵무기 생산 능력을 지녔다는 점을 지렛대로만 활용할지에 대한 의문이 중동의 다른 분쟁보다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시아파 안에서도 강경 보수파였던 라이시 대통령의 후계 구도 역시 중대한 변수다. 라이시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 라이시의 부재가 권력투쟁으로 이어져 강경 보수파에 대한 저항이 생기면 2022년 히잡 시위 진압에 불만을 품은 국민적 분노가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영 ISNA통신은 “차기 대통령 보궐선거는 7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란이 대리 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도 주목할 대목이다. 라이시 통치하의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을 지원하면서 이스라엘 및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서왔다. 하마스와 후티 등 대리 세력은 일단 성명에서 라이시 사망에 대한 애도만 표할 뿐 공격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며 이란과 반목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만은 성명에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란의 편에 서겠다.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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