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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그래도 中 알·테·쉬 규제 필요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인천 세관과 서울시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초저가 제품의 성분을 검사한 결과 국내 안전 기준치를 큰 폭으로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이처럼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지난 16일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 포함 80개 품목의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등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이 조치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3일 만에 추가 브리핑을 통해 해외직구를 당장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일부 해외직구 품목에 대해 소비자 안전을 명분으로 KC 인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로 여겨질 수 있고, 고물가 하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저가 상품을 구매할 통로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이제는 자유무역이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효용을 증진하고, 외국 기업과 경쟁하게 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원리에 충실한 것이 국익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중국 기업들이 관세 장벽을 우회해서 수출할 통로가 돼 국내 기업들을 불공정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가 쿠팡에 이어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2위, 3위가 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작년 2월 대비 이용자 수가 2.5배 늘어났고, 테무는 작년 7월 한국에 진출했는데 3월 한 달 사이 이용자 수가 43%나 급증했다. 이렇게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국내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해외직구 물품이 150달러 이내에서 관세와 부가세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간 금액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면세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 기업이 제조한 상품보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해외직구 상품의 가격이 더 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국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도 쉬인과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면세 한도 이내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물품이 늘어나자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액 수입 물품 면세제도에 연간 금액 한도 및 횟수 제한을 부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분할 구입 후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행위를 단속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미래의 성장을 주도할 인공지능(AI)산업의 자원이 되는 국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외로 반출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들 플랫폼은 회원 가입 시 과도한 고객 개인정보를 요구해 문제가 됐다. 이들이 축적한 우리 소비자의 개인정보, 소비 성향, 구매 패턴 등을 중국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한 상품 개발, 마케팅에 활용하면 향후 우리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고객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라인야후 지분 정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수집하는 우리 소비자 개인정보의 양, 활용도, 국외 반출 여부 등을 점검해 규제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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