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병원선 ‘이상 없다’는데 통증… 꾀병 오인받는 신체증상장애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신체증상장애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체적 불편감 6개월 지속땐 의심
호흡곤란·식욕저하 등 증상 다발
뇌 DMN 기능과 연결성 저하 확인
증상 제거보다 기능 호전에 초점
원래 일상·생활 회복 목표로 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가슴이 답답하고 속도 늘 불편하고 온몸이 아파서 병원에서 이 검사 저 검사 다 해 봤거든요. 그런데도 나오는 건 없고, 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라더라고요. 저보고 꾀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빴어요. 정말 아픈데, 제가 이상한 건가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상담 글의 일부다. ‘신체증상장애(질병코드 F45)’로 통용되는 이런 질환을 겪는 이들이 실제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매년 10만~11만명이 해당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통증과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같은 신체 증상이 지속한다. 일상에 큰 지장을 받지만 원인을 찾는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몸은 아픈데, 병원에선 ‘이상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환자는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기 십상이다.


박혜연(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일 “고통스럽거나 일상에 중대한 지장을 일으키는 신체적 불편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연관된 걱정이나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 신체증상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증상을 가장하고 의도적으로 꾸미는 ‘인위성장애’나 ‘꾀병’과는 달리 실제로 증상을 경험하며 그로 인한 고통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함께 겪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정신신체의학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박 교수는 최근 뇌과학 분야 저명 학술지(뇌, 행동&면역)에 신체증상장애가 기분에 영향을 받고 특히 불안과 분노가 환자의 통증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박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신체증상장애와 해당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질병명이 생소한데.

“심리적 이유로 신체 혹은 신경 증상을 보이는 ‘신경증’,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제시한 ‘히스테리’, 우리 문화에서의 ‘홧병’이 현재의 신체증상장애로 이어져 오고 있다. 신체 관련 증상이 수 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객관적인 병리 소견이 없거나 증상과 잘 맞지 않고, 증상으로 인해 환자의 일상 및 사회적 기능 저하가 따른다. 일반 인구에서의 유병률은 4~7%로 알려져 있다. 여성에서 배 이상 더 흔하다. 장년 이후 주로 발생하고 20·30대 발병도 잦다. 소아나 청소년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대표 증상은.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여러 과에서 ‘신경성’ 혹은 ‘기능성’ 질환이라고 듣는다. 반복된 검사 끝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관절·인대·근육 등에 특별히 이상 소견이 없는데 국소적인 통증, 몸의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는 양상의 통증, 전신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내과적 검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반복적인 소화불량, 복통, 식욕저하, 메스꺼움, 변비·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만성 어지러움과 두통,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흉통을 경험한다. 단일 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여러 신체 증상이 다발성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박 교수는 “환자는 실제 고통스럽기 때문에 분명 중한 질병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반복적인 신체검사로 확인을 하거나 병원을 찾게 된다”며 “질환에 대해 계속 걱정하거나 신체 활동이 증상을 악화시킬까 봐 활동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물론 섣불리 정신적 문제라고 추측해선 안 된다. 실제 증상을 유발할 만한 신체 질환이 있는지 철저한 검진이 선행돼야 한다. 유사한 질환으로 의학적 설명이 되지 않는 쇠약감이나 마비, 발작, 시·청각 저하 및 감각 변화 등이 지속될 경우 진단되는 ‘전환장애’와 구분해야 한다. 또 일부러 증상을 꾸미거나 유도하는 ‘인위성장애’, 책임 회피 등 현실적 이득을 목적으로 증상을 조작하거나 유발하는 ‘꾀병’과도 감별해야 한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이 잦은 결근이나 결석, 병원 이용을 반복하게 되면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신체증상장애는 신체 감각이나 자극, 감정,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뇌 영역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의 기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DMN은 멍한 상태이거나 명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진다. 이번 연구에서 실제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더 심각한 신체 증상과 우울 불안 분노 등의 기분 증상을 보였고 일부 DMN의 연결성이 저하된 것을 확인했다. 특히 불안과 분노가 신체 증상과 DMN의 기능적 연결 관계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 즉,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복통,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더 심하게 겪게 된다는 것이다. 불안·분노가 동반된 신체증상장애 환자에게는 기분 감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법이나 일상 대처법 알려준다면.

“일반적으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요법(기분 조절제 등)이 기본이다. 불편한 내부 감각에 너무 몰입하지 않고 다른 정상 감각이나 외부 자극으로 주의를 돌리는 훈련을 주로 한다. 증상의 제거보다는 완화 및 기능 호전에 초점을 맞춘다. 증상이 남아 있더라도 원래의 일상과 생활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무작정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본인이 몰입할 수 있고 기분전환되는 활동을 찾아 점차 늘리는 것이 도움 된다.”

박 교수는 “아울러 신체 증상에 대해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거나 반복적인 병원 방문 혹은 검사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환자의 실재하는 고통을 질환으로 받아들이고 생활습관이나 환경을 함께 개선해 나가면서 지지해주는 것이 도움 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