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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위상 높이고 8년 만에 물러나는 ‘철의 여인’ 차이잉원

“난 ‘세계 속의 대만’ 남겼다” 자평
대미 관계 발전·국방력 강화 집중
中의 침공 위협 불렀다는 비판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13일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당선인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은 20일 제16대 대만 총통으로 취임한다. AFP연합뉴스

차이잉원(68) 대만 총통이 20일 라이칭더(65) 당선인에게 총통직을 넘기고 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만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차이 총통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중국에 맞서며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CNN은 19일 “차이 총통은 재임 기간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며 대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며 “한편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하에 더 강해진 중국의 침공 위협을 남긴 채 총통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차이 총통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지난 8년 동안 달라진 점은 대만이 더 이상 간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누군가 내게 대만에 남긴 유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세계 속의 대만’을 남겼다고 말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두 번의 임기 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재설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절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했고, 조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를 한층 강화하는 등 ‘대만 독립’ 노선을 명확히 했다. 다만 “대만은 이미 독립된 국가이기 때문에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일각에서는 차이 총통이 중국과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한다. 대만 국립정치대 외교학 교수인 황퀘이보는 “차이 총통은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대만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정치적 소통 채널을 잃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적정한 관계 유지도 대만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만의 동맹국도 12개국으로 줄었다. 나우루와 온두라스 등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차이 총통은 이런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대내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등 ‘소프트 파워’ 전략을 사용했다. 대만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의회 대표단을 초청해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2019년에는 교회 등의 격렬한 반대 속에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다.

차이 총통은 ‘국방 개혁’에도 힘썼다. 군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고, 대만 최초의 국산 잠수함 등 전투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재임 기간 연간 국방비는 약 200억 달러(27조11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의 군사력은 8년 전보다 훨씬 강화됐다”며 “우리가 군사력에 투자한 금액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외적 위험 요소에 집중하느라 민생 이슈에 비교적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 민주진보당은 차이 총통이 재임하는 동안 중간 평가 성격인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중국국민당에 패배했다.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26% 이상 득표한 것도 민진당에 불만을 가진 청년들의 표가 분산된 결과로 분석됐다.

국제위기그룹의 수석 중국 분석가인 어맨다 샤오는 “차이 총통 집권기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차이 총통이 이룬 성과를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임자에 대한 최종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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