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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여당의 젊은 피 ‘제2 남원정’ 나올까

[커버스토리] 명맥 끊긴 국민의힘 소장파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보수 험지에 출마했던 3040 후보들이 ‘첫목회’를 결성해 차기 지도부 선출 등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소장파 모임 ‘미래연대’를 이끌었던 남경필(오른쪽) 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가운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정병국 전 의원이 2017년 7월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남·원·정 앵콜쇼’에 참석해 어깨동무를 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뉴시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소장파 부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4·10 총선에서 수도권 등 보수 험지에 출마했던 3040 후보들을 중심으로 당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이들이 과거 당 개혁을 주도했던 ‘민본21’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쇄신 움직임이 찻잔 속 미풍에 그치지 않으려면 세력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초선 의원이라면 정치적 손익을 따지지 않고 당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한데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홍위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 전 초선 의원 48명이 친윤계가 지지한 김기현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일이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12월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친윤계 초선들이 김기현 대표 사퇴를 요구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 비윤계 중진들을 겨냥해 ‘퇴출 대상자’ ‘자살특공대’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공격한 일도 있었다.

세대교체까지 요구한 16대 소장파 ‘미래연대’


보수 정당에서 소장파는 늘 소수였지만 당내 민주화, 수평적 당정 관계 등 끊임없이 쇄신 목소리를 내왔다.

2000년 개원한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는 이회창 총재의 제왕적 리더십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미래연대 주축은 당시 30, 40대였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었다. 2002년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이 해체 직전 위기까지 갔을 때 세대교체를 요구한 것도 이들이었다.

미래연대는 17대 국회에서 ‘새정치수요모임’으로 이어졌다. 당내 최다선인 6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과 5선의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수요모임 출신이다.

김영우·정태근·주광덕 등 개혁 성향 의원 12명이 참여한 18대 초선 모임 ‘민본21’도 영향력이 컸다. 이들은 이명박정부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당시 당 주류였던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개헌 추진에 반대해 ‘여당 내 야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본21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직후 당·정·청 인적 개편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려 초선 의원 89명 중 45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매주 현안을 토론하는 ‘목요조찬’을 열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19대 국회 들어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친이·친박(친박근혜) 갈등이 폭발한 것과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18대 총선 때는 친박계가, 19대 때는 친이계가 공천 학살을 당했다. 초선 의원들의 활동은 위축됐고 그 자리에 계파 정치가 들어섰다. 20대 국회는 16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진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쇄신은 고사하고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했던 시기다. 19대 국회의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나 20대 자유한국당 초선 모임 ‘새벽’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첫목회’ 결성… 보수 재건 밤샘 토론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선 참패와 대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에선 22대 총선 참패를 계기로 다시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 험지에 출마한 3040 후보들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마다 모인다’는 뜻의 ‘첫목회’를 결성했다.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서울 강북 지역에서 살아남은 김재섭 당선인(서울 도봉갑)을 비롯해 낙선한 이재영(서울 강동을)·박상수(인천 서갑)·박은식(광주 동·남을) 전 후보 등 9명이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첫목회는 지난 2일 첫 모임에서 당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또 현행 당원투표 100%로 돼 있는 전당대회 당대표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로 바꾸고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첫목회는 그로부터 닷새 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이러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어 14일에는 보수 재건을 주제로 14시간 동안 밤샘 토론을 벌였다. 첫목회는 토론 후 브리핑에서 ‘연판장 사태’의 분열 정치, ‘입틀막’의 불통 정치 등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은 뒤 “우리는 침묵했다.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990년생 김용태 당선인(경기 포천·가평)은 87년생 김재섭 당선인과 함께 당내 공부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 당선인들이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당 주류, 권력자 눈치를 보며 대리인 노릇을 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소장파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혁신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세 규합 등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혁을 추진하려면 명분만으로는 안 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의 지원 등 동력이 필요하다”며 “청년을 넘어 당원과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초선 의원들은 정치 경험이 적고 독자적인 세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계파 편승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평소 실력을 쌓고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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