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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 탈락 후 또 도진 민주당 ‘팬덤 정치’

우 의원 지지자 색출 나서
정청래는 ‘역사 퇴보’ 주장
팬덤만 좇다 심판받을 것

입력 : 2024-05-18 00:30/수정 : 2024-05-18 00: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 결과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선출이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낙선한 추미애(가운데) 당선인은 자리를 뜨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당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를 두고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성 당원들은 전날 의장 후보 선출 직후부터 당원 게시판과 이재명 대표 팬카페 등에 글을 올려 투표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누가 우 의원을 지지했는지 색출하겠다는 것으로 당내 ‘팬덤 정치’ 논란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경선 직후부터 이 대표의 팬카페 등에는 “우원식 뽑은 인간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국회의장 후보 수락 인사에서 ‘중립’을 언급한 우 의원에게도 “협치는 개나 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성 당원들은 우 의원을 지지한 이들을 이른바 ‘수박’(비이재명계를 가리키는 멸칭)으로 분류하고 있다.

당원들만의 목소리도 아니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의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며 “역사는 항상 앞으로만 전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 의원의 의장 후보 선출이 역사의 퇴보라는 뉘앙스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원은 책임 있는 국회의원인데 그렇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총선 당선자들의 판단과 당원을 분리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후임 당 대표에 도전하는 후보가 없는 것도 팬덤 정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 연임론’에 대해 “다들 한 번 대표하고 싶겠지만 괜히 했다가 또 개딸들한테 역적될까봐 눈치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당내에서 민심을 거스르는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 일변도의 당 및 국회 운영을 해선 안 된다는 강한 우려가 표출된 것이다. 팬덤 정치 폐해에 대한 당의 반성문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는 강성 지지층들은 당내 문제에서도, 여야 관계에서도 자신들의 요구만 따르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의 중심이 흔들리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힘들어진다. 총선을 통해 국민이 “협치하라”고 명령한 대상은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팬덤 정치에 휩쓸리면 국민의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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